"카카오 이중화 규제, 네카오만 좋은 일"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2.10.2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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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SW산업협회장 'SW 천억클럽' 기자간담회
진입장벽 높아지면 경쟁자 등장 어려워 생태계 훼손
외국산 SW·클라우드 잠식? 개방할 것은 개방해야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 사진제공=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 사진제공=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회장이 최근 카카오 장애사태에 따른 정부의 규제 드라이브가 도리어 네이버와 카카오 중심으로 플랫폼 시장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 회장은 27일 서울 가락동 KOSA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2022년 SW(소프트웨어) 천억클럽'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해 2월부터 KOSA 회장을 맡은 그는 모바일 플랫폼 SW 업체인 유라클의 대표이자, 최근 출범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6개 분과 중 산업생태계 분과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카카오 사태로 부가통신 사업자들도 기간통신 사업자처럼 일정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며 "(시중의 예상과 달리) 이같은 규제는 카카오와 네이버에 제일 좋은 일"이라고 했다. 주 시스템과 예비 시스템의 동시 가동을 의미하는 액티브-액티브 방식의 이중화 등 현재 거론되는 규제안을 맞출 수 있는 곳은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인터넷 사업자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카카오 사태는 카카오 그룹의 과거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재난성 해프닝"이라며 "카카오 정도로 이익이 나는 회사는 당연히 액티브-액티브 이중화를 했어야 하지만 여타 플랫폼 기업들에까지 '왜 이중화를 안하냐'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카오는 그룹 성장 과정에서 기업을 분할했고 경영진들이 주식을 소유하도록 했다"며 "상장 전 필요한 자금은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카카오의 경영기조는 '이익'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익 중심 경영기조로 인해 액티브-액티브 이중화 등 이번 먹통 사태에서 문제가 됐던 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을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진단이다.



반면, 이중화 의무화 등 규제로 산업 진입장벽을 높일 경우 카카오 및 네이버와 경쟁할 만한 플랫폼 기업이 국내에서 탄생할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중화 의무화 규제를 이행할 여력이 있는 플랫폼이 사실상 네이버, 카카오 등에 불과해 나머지 플랫폼 업체들은 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상공인들의 네카오에대한 집중도나 의존도를 높여 골목상권 침투 논란만 심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네이버 서비스 장애 사태 관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피해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022.10.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네이버 서비스 장애 사태 관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피해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2022.10.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공공·금융부문 CSAP(클라우드 보안인증) 완화, 국가·공공 IT보안제품 보안적합성 검증 완화 등 일련의 정책으로 외국산 SW나 해외CSP(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국내 시장 잠식가능성에 대해서는 "개방할 부분은 개방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 제조산업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서 만든 것들이 해외에 수출됐을 때 한국의 국부가 늘었다"며 "폐쇄적으로 운용하면 그런 (해외에 잘 수출되는) 제품이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 서비스나 데이터의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부터 개방하는 게 국내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우리 SW 산업이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가령 클라우드 전환을 통한 데이터경제의 활성화의 혜택이 국내 SW 기업에 돌아가려면 기존 패키지 중심의 SW 제품들이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클라우드 인프라에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국내 SW기업들의 SaaS 전환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클라우드 업자들간의 출혈경쟁에대해서도 꼬집었다. 과거 SI(시스템 통합) 대기업들 위주로 IT시스템을 구축시 SW 가격 후려치기 등 피해를 입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현재의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에서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AWS는 물론 국내 MSP에 과도한 가격경쟁에 나서지 말라고 권고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국내 MSP들이 가격이 아닌 SaaS와 같은 SW를 기준으로 경쟁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국내 SW 기업들이 AWS 등의 플랫폼을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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