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이제 복제약입니다"…어려운 전문용어 쉽게 바뀐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10.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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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이제 복제약입니다"…어려운 전문용어 쉽게 바뀐다


'제네릭'(generic)의 국내 공식 명칭이 '복제약'으로 바뀐다. 국민들이 보건복지 전문용어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사용토록 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제네릭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짜'를 연상케 하는데, 이보다 더 직관적으로 부정적 느낌을 주는 이름을 굳이 붙일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사람 몸에 미치는 영향을 엄격히 평가해 개발되는 제네릭이 단순히 '사본'과 같은 취급을 받아선 안된다는 것.

25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일 전문용어 표준화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다음달 14일까지 관련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고시 제정 근거는 '국어기본법 제17조'다. 이 법에 근거해 국민들이 보건복지 분야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전문용어 표준화협의회를 설치하고 전문용어 표준화안을 심의했다는게 보건복지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보건복지 전문용어가 보다 쉬운 말로 바뀐다. △'경구투여 약'은 '먹는 약' △'모바일 헬스케어'는 '원격 건강 관리'△'CT'는 '컴퓨터 단층 촬영'△'MRI'는 '자기 공명 영상'△'자동제세동기'는 '자동 심장 충격기'△'객담'은 '가래'△'예후'는 '경과'△'수진자/수검자'는 '진료받는 사람/검사받는 사람'△'케어코디네이터'는 '돌봄 관리자'△'홈닥터'는 '가정 주치의' 등으로 표준화된다.



이렇게 표준화된 용어는 앞으로 소관 법령 제정·개정과 교과서 제작, 공문서 작성 및 국가주관의 시험 출제 등에 활용된다. 다만 해당 용어가 사회적으로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는 기존 용어를 나란히 적거나 둘 중 하나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보건의료계 안팎에서는 대체로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대표적 용어가 '자동제세동기'다. 멈춘 심장에 고압전류를 짧은 시간 통하게 해 정상 맥박으로 회복시키는 이 기기는 의료계에서 '제세동기(除細動器)'로 통칭됐는데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로 사용할 경우 명칭만 보고 이를 알기 어려워 국민 혼란만 커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2017년 이를 심장충격기로 바꿨고 이번에 보건복지부도 명칭을 표준화했다.

다만, 복제약으로 명칭이 표준화된 제네릭에 대해서는 제약업계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말로 순화돼 알아듣기 쉬워진 만큼 부정적 이미지도 덩달아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제네릭이라는 명칭 자체가 이미 '카피(copy)', '복제' 혹은 '가짜'를 연상케하기 때문에 업계는 2015년 제약바이오협회 차원에서 제네릭을 대체할 '좋은 이름'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아울러 업계는 정부 유관부처에 제네릭 대신 '후발의약품'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일본에서도 제네릭 대신 후발의약품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상태다.

A제약사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제네릭의 뉘앙스가 부정적인데 더 직관적으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이름으로 표준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릭이 실제로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제네릭은 인체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이 오리지널약과 얼마나 동일한지를 평가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을 거쳐 개발되는 엄연한 '약'이어서 무작위로 원본에 대한 사본을 만드는 과정과는 다르다는 것. 오리지널 약이라고 해도 복용자의 몸 상태에 따라 '생체이용률'(일정량의 약물이 나타내는 생리적인 효과)에 차이가 나는데, 생체이용률을 오리지널 약과 동등한 수준으로 맞추는 과정은 단순히 '사본'을 만드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B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은 개량신약을 거쳐 신약 개발 중심으로 진화해 가는 한국 제약산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한 과정이며, 국민 건강보험 재정 절감 등 보건의료 전반에도 순기능을 한 부분이 있다"며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는 이름을 단순히 '복제약'으로 표준화하는게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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