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불똥' 맞은 롯데케미칼...사흘만에 주가 14% '급락'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10.2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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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불똥' 맞은 롯데케미칼...사흘만에 주가 14% '급락'


롯데케미칼이 자회사 롯데건설 유동성 지원사격에 나서자 사흘만에 주가가 14% 급락 중이다. 레고랜드 채권 디폴트 사태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은 가운데 롯데건설에 자금지원을 위해 유상증자 및 금전대여에 참여한 여파다.

21일 오후 3시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롯데케미칼 (79,000원 ▼1,500 -1.86%)은 전일대비 8500원(5.61%) 내린 14만3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9월30일 기록한 52주 최저가(14만1000원)에 거의 근접했다. 3거래일 동안 하락률이 13.9%에 이른다.



주가 하락의 주 원인은 자회사 롯데건설이다. 강원도 레고랜드 채권 채무불이행 사태로 부동산PF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롯데건설은 운영자금 목적으로 신주 171만4634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2000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롯데건설 최대주주는 지분 43.79%를 보유한 롯데케미칼이다. 그밖에 호텔롯데가 43.0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증자에 최소 875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갑작스런 2000억원 증자에 이어 20일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단기자금 5000억원을 금전대여한다고 공시했다. 롯데건설은 6.39% 이율로 롯데케미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이율은 국내 4개 시중은행의 3개월 만기 기업일반대출 조달평균금리를 적용했다고 밝혔지만 6%대 채권금리는 신용등급 AAA급 금융지주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나 해당되는 금리로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A+ 등급이다.

롯데건설은 불과 사흘만에 롯데케미칼로부터 6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속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일부 건설사에서 기존 주주대상 증자계획을 공시한 뒤 투자자들 사이에 막연했던 우려가 뚜렷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분양경기 악화 시기에 건설사들이 증자를 택하는 이유는 두가지"라며 "금리 상승으로 시공사 연대보증 조건 브릿지론 유동화증권(ABCP, 전자단기사채 형태) 차환이 어려워지거나 본 PF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미착공 PF 인수 가능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회사 구원투수로 나선 롯데케미칼의 재무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2분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7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 52.1%에 그친다.

다만 롯데케미칼 본업은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적자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147억원이다. 지난 2분기에도 214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적자 규모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또 롯데케미칼은 이달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인수 당시 "비싸게 샀다"며 가격 논란이 있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도약을 위한 신사업 투자"로 호평했다. 다만 갑작스런 금리 상승 시점에 단행한 인수로 향후 금융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또 롯데건설에 일단 6000억원 가량을 투입하지만 향후 추가적인 자금 투입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황 하락기 건설사(시공사)들은 크기에 관계없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3.8%를 보유하고 있지만 여타 관계사의 재무구조를 감안했을 때 롯데케미칼의 유상증자 참여 비중은 지분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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