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독점과 불통 사이

머니투데이 송정렬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2022.10.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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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Echo]

#"어서 돈 많이 벌어 대륙별로 초절전 데이터센터를 분산가동해 안정을 도모하겠다."

10년 전인 2012년 4월. LG CNS 가산 인터넷데이터센터의 전력공급이 끊겨 카카오의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이 4시간가량 불통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하나의 데이터센터만 가동하며 서버를 분산운용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작은 벤처기업 카카오는 이에 대해 이처럼 당돌한 사과문을 내놓았다. 카카오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그렇게 잦아들었다.

10년 전 카카오의 약속은 지난 주말 카카오의 먹통사태로 공수표가 됐다. 카카오는 자신들의 말처럼 그간 많은 돈을 벌었다. 지난해에만 매출 6조1366억원(연결기준)에 영업이익 5949억원을 올렸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계열사 수만 134개사에 달하는 공룡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카카오가 메인데이터센터로 이용한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의 민낯이 드러났다. 카카오가 유사시 메인데이터센터를 대체할 만큼 충분한 공간을 다른 데이터센터에 확보하지 않는 등 백업계획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더구나 같은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뒀지만 서비스 장애를 빨리 복구한 네이버의 사례 앞에선 그 어떤 말도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사실 많은 사람이 가장 놀란 것은 명색이 국내를 대표하는 빅테크(대형 IT기업) 카카오가 여태껏 자체 데이터센터 하나 없다는 점이었다. 초고속 성장을 통해 막대한 과실을 누렸지만 정작 대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주요 서비스의 중단없는 제공을 위한 기본적인 투자조차 소홀히 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불똥은 김범수 의장에게 튀었다. 여야는 카카오 불통사태와 관련, 김 의장을 오는 24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딱 1년 만에 김 의장이 다시 국감에 소환된 것이다.

김 의장은 지난해 대리운전, 미용실까지 파고드는 골목상권 침해논란으로 국감장에 불려나왔다. 김 의장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성장에 취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플랫폼 독점을 발판으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이들 신규 사업을 분사해 상장시켜 이익을 극대화하는 카카오의 사업전략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과 비판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독점 플랫폼기업' '나쁜 기업' '밉상 기업' 등 부정적 이미지를 타파해야 하는 카카오 처지에서 이번 불통사태는 너무나 뼈아픈 대목이다.


역설적이지만 전국민이 주말 내내 카카오 서비스 불통으로 불편을 겪으면서 일상생활 구석구석까지 장악한 카카오 플랫폼의 독점과 지배력의 심각한 폐해의 단면을 몸소 체험했다. 이참에 카카오톡을 손절하고 라인이나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는 등 탈카카오 바람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이유다.

더 큰 악재는 규제의 먹구름이 몰려온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이 하원을 통과했고 유럽에선 내년에 디지털시장법이 발효된다. 전세계적으로 거대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반면 새로운 윤석열정부가 기업규제 완화를 천명하면서 국내에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 플랫폼 규제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불통사태를 계기로 플랫폼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기조가 규제 쪽으로 급선회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은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며 규제를 예고했다.

플랫폼 독점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투자자와 이용자의 신뢰상실은 카카오라는 수십 년 쌓아올린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카카오 스스로 혹여 지금도 여전히 성장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돌아봐야 한다. 카카오의 초심찾기는 이제 변화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카카오, 독점과 불통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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