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없는 주말 좋더라"…강제 '디지털 디톡스', 의외의 반응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2.10.17 16:16
글자크기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사용이 일시중단 되었다. 사진은 포털사이트 다음 사이트. 2022.10.15 /사진=뉴시스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사용이 일시중단 되었다. 사진은 포털사이트 다음 사이트. 2022.10.15 /사진=뉴시스


"쉬는 날에 휴대폰 진동이 '우웅' 울리면 괜히 화가 났는데 이번 주말에는 그러지 않아서 좋았어요. "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회상하며 변모씨(28)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부터 이튿날까지 카카오톡 메신저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블랙아웃' 상황 속에서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했다는 것.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란 디지털(digital)과 해독(detox)의 결합어로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대한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직장인 김모씨(24)는 "주말에도 가끔 회사에서 연락해 올 때가 있는데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행복했다"며 "회사 동기랑 주말엔 가끔 오류가 나도 좋을 것 같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씨(32)도 "처음엔 메신저를 켜서 10분 단위로 되나 확인하다 4시간 넘겨서 봤는데도 안 되길래 그 뒤로는 확인도 안 했다"며 "초반에는 답답해서 친구와도 문자를 보내고 했으나 단톡방이 마비되니 필요한 말만 하게 되면서 디지털 디톡스가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고 했다.

대학생 최모씨(23)는 오히려 카카오톡 정전으로 다른 취미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최씨는 "원래 주말에도 친구들과 목적 없이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집중해서 책 한 권을 완독했다"며 "앞으로 이렇게 온전히 어떤 것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1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3~69세 스마트폰 이용자 1만 가구 중 24.2%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18.6%보다 5.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IT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폰 의존도가 점점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SNS에 몰입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이를 계기로 스마트폰 병적 의존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초연결 사회 안에서 온라인 소통이 지나치게 좀 많이 확장돼있는 측면도 있다"며 "이번 카카오톡 단절 사태를 통해 해방감을 느꼈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강박적으로 SNS에 의존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도 온라인 소통이 집중돼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대부분의 현대인이 가진 'SNS 병적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기회였다. 이를 기회로 삼아 건강하게 SNS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