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심 잃은 K바이오, 불확실성 해소에 반등 불씨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10.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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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VC 바이오 업종 신규투자 비중 16.9%…지난 4년간 평균 25% 수준 하회
투심 위축 속 ICT 기술주 쏠림 현상 배경…높아진 기술특례상장 문턱도 한 몫
저평가 구간 및 잇단 거래재개로 불확실성 해소 '지금이 투자 적기' 시선 고개
"신규 자금 유입 매력 여전…내년 상반기 이후 반등 전망"

VC 투심 잃은 K바이오, 불확실성 해소에 반등 불씨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VC(벤처캐피탈) 신규 투자 비중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위축된 투심에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바이오 업종 특성이 투자 매력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요 기업들의 잇단 거래재개로 업종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투자 활성화를 이끌 요소로 꼽힌다.

1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바이오 업종 VC 신규 투자 비중은 전체의 16.9%에 그쳤다. 앞선 4년간 평균 25% 수준의 비중을 보였던 것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내려간 수치다.



지난 2018년 24.6%였던 VC의 바이오 업종 신규투자 비중은 2020년 27.8%로 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해 21.8%로 주춤했다. 이어 올 상반기에는 10% 중반선까지 내려앉으며, 예년 평균을 하회 중이다. 투자규모 역시 상반기 기준 675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6.2% 감소했다.

투자비중 위축 배경으로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성장 잠재력에 무게가 실리는 바이오 산업 특성이 꼽힌다. 제한된 투자환경에 보다 안정적 기술주로 꼽히는 ICT 분야로 자금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ICT 서비스 분야 VC 신규투자 비중은 지난해 31.6%에서 올 상반기 37.3%로 5.7%포인트 상승했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 항목이 기존 26개에서 지난해 35개로 까다로워진 점도 일부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5년 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 상장제도 도입 이후 상장사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바이오기업 비중은 지난해 40% 이하로 낮아졌다. 기술성평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고, 업계 체감 난이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등했던 업종 가치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권대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투자정보센터 부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바이오 업종이 고평가를 받았던 부분과 다른 기술주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오기업의 수혜 비중이 높은 기술특례상장 절차가 까다로워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공개(IPO) 성패와 밀접한 VC 투심 약화는 올해 지속된 바이오 IPO 냉각기로 연결됐다. 한때 1000대 1 이상의 경쟁률이 빈번했던 수요예측 경쟁률은 올해 줄줄이 두자릿대 수준에 그치는 중이다. 지난달 상장한 알피바이오 정도가 1556.04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나마 신약 개발이 아닌 연질캡슐 제조업체라는 점에서 바이오 IPO 흥행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만,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저평가 구간에 돌입한 바이오 업종에 다시 투자하기 적기라는 시선들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최근 큐리언트와 신라젠 등 장기간 거래정지 상태에 놓였던 기업들의 잇단 거래재개 역시 업계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이 자국 산업을 강화하며 중국·인도를 견제하고 나선 상황에서 국내는 두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 후보"라며 "생산적인 측면은 물론, 기술력 측면에서도 꾸준한 수요가 있었던 국내 바이오 산업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기술특례상장의 기술평가 개선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지면, 정부 시그널에 많이 영향을 받는 VC 신규 투자에 업종 안정성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VC 업계에서 다시 유망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들을 리스트에 담는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의 내리막은 이어지겠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는 산업 경쟁력 부각과 함께 신규 투자 역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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