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라 쓰고 '인구차관 신설'이라고 읽는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유승목 기자 2022.10.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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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尹정부 조직개편안 대해부①복지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신설 의미는

편집자주 정부조직법은 대한민국의 '제1호 법률'이다. 대한민국의 출범과 함께 처음 만들어진 법률이 정부조직법이다. 정부조직법을 그 정부의 철학, 비전과 연결할 수 있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도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고, 정책방향과 의지를 강조했다. 첫 조직개편안의 의미를 짚어봤다.

'여가부 폐지'라 쓰고 '인구차관 신설'이라고 읽는다


윤석열 정부의 첫 정부조직 개편방안이 베일을 벗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무리수는 두지 않았다. 중앙부처의 신설안과 폐지안을 담았지만, 중앙행정기관의 숫자는 지난 정부와 동일하게 맞췄다.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벤처부와 같이 정권을 대표하는 '브랜드 부처'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약속을 지켰다. 여가부 폐지는 갑론을박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주제다. 하지만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보건복지부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신설은 의미 있는 결정으로 읽힌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저출산 문제가 본격화한 이후 중앙부처 내에 사실상 처음 만들어지는 종합 인구정책 담당 조직이다.



여가부 폐지·국가보훈부 신설·재외동포청 신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조직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가 정부안을 만들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하는 모습을 갖췄다. 정부안은 여성가족부 폐지,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부 승격, 재외동포청 신설로 요악된다. 이에 따라 현행 18부4처18청 구조는 18부3처19청으로 바뀐다.

국가보훈부와 재외동포청 신설은 정치권에서 이견이 없는 주제다. 1961년 설립된 군사원호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가보훈처는 지금도 장관급 조직이지만 일반 중앙부처에 비해선 위상이 낮았다. 국가보훈부로 승격하면 권한이 커진다. 재외동포 대상 업무를 담당할 재외동포청은 외교부 장관 소속으로 신설한다.



여가부 폐지는 논쟁적 주제다. 대선 과정부터 논란이 됐던 주제이고 여야의 입장도 엇갈린다. 만약 여가부가 폐지되면 복지부에는 차관급 조직으로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생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명하면서 "미래 대한민국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사회정책의 종합적·전략적 추진체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안을 살펴보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기존 여가부 기능에 복지부 인구정책실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안에서 기술한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의 업무는 인구·가족·아동·청소년·노인 정책과 양성평등 기능의 총괄이다. 현재 복지부 인구정책실은 인구아동정책관, 노인정책관, 보육정책관 등 3개 국장 자리로 이뤄졌다. 정부안의 설명과 정확히 겹친다.

'여가부 폐지'라 쓰고 '인구차관 신설'이라고 읽는다
사실상 '인구 차관' 신설..장관급 조직 필요 주장도
정부안에 맞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양성평등 업무의 범위를 넘어서 인구정책의 실무적 총괄조직을 거듭날 수 있다. 사실상 '인구 차관' 자리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현재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맡고 있지만 위원회의 특성상 한계를 보였다. 복지부의 '인구 차관'이 인구정책의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의 위상을 기존 차관급보다 격상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교섭본부장과 유사한 지위를 고려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장은 대내적으로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장관급 위상을 부여한다. 국무회의 배석과 발언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 역시 같은 대우를 한다는 계획이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의 신설은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인구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인구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국무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인구문제는 미래에 다가올 이슈가 아니라 현재 이슈"라며 "모든 분야의 정책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 양상을 고려할 때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의 위상을 더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조직이 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 문제를 가볍게 보면 안된다"며 "인구와 가족, 보육까지 아우르는 장관급 부처를 만들면 업무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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