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절반 대마농장서 7200만명분 키워…허가는 했는데 관리 '깜깜'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2.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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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씨앗 마약, 오늘도 누군가](中)④허술한 대마관리..."감독 시스템 마련 시급"

편집자주 해마다 1만명이 넘게 마약 투약·유통·공급 혐의로 붙잡힌다. 온라인에서 마약이 종류별로 팔리고 어느 도시 한편에선 대마가 자란다. 중독은 강하지만 치료는 요원하다. 마약청정국에서 마약위험국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올 상반기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허가를 받은 대마 재배량이 114만주(그루)에 달한다. 단순하게 환산하면 대마초 7200만명 분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재배업자들은 환각 성분이 없는 헴프(종자) 재배를 목적으로 허가를 받는데, 일부 업자가 대마초를 빼돌린 사건이 잇달아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허가받은 대마 재배지 면적은 101.69헥타르(30만7612평)다. 여의도 절반 면적(2.9㎢)에 맞먹는다.



수량을 따지면 전국에 허가받고 재배되는 대마는 144만4787주다. 주는 '그루'처럼 대마를 세는 단위다.

/사진=김현정 디자이너/사진=김현정 디자이너


현행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상 환각 성분이 없는 헴프 등 부위는 지자체 허가를 받으면 재배할 수 있다. 헴프는 항산화 효과도 있고 오메가3도 풍부해 일부 국가에서는 '슈퍼푸드'로 주목받는다.



국내에서는 지역별로 경상북도에서 전체 대마의 81.9%(119만3382주)가 재배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 경상북도 안동, 경산 등 8개 지역을 경북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특구에서는 대마의 환각 성분 함량을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뜨리는 개량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특구 밖 대마 재배다. 대마 잎은 가공하면 마약으로 만들 수 있다. 보통 대마 1주당 마약인 대마초 15g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전국 생산량(144만주)을 고려하면 대마초 2167만1805g을 생산할 수 있는데 1회당 0.3g 기준으로 7200여만명이 동시에 흡연할 수 있는 양이다.

대마 관리·감독 책임은 재배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재배업자는 현행법에 따라 헴프 등을 수확한 후 지자체에 보고하고 폐기해야 한다. 그러면 보건소 공무원이 입회해 잎이 실제 폐기되는지 감독한다. 보통 대마 잎은 소각·매립해서 폐기한다.


보건소 공무원들이 폐기 현장에 입회하지만 실제 폐기가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경상북도 모처에서 2019년부터 2년간 대마를 기른 A씨는 "실제로 대마를 소각하는지 공무원들이 확인하기는 한다"면서도 "농장 어딘가 대마잎을 숨기지 않았는지 샅샅이 살피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라남도에서 대마를 재배했다던 70대 A씨는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대마를 숨기느냐"라면서도 "(현장 점검이) 대마 폐기 현장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현장 공무원도 관리에 허점이 있다고 시인했다. 경상북도 모 보건소 관계자는 "(숨겨진 대마 잎이 없나) 재배지를 수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배자가 대마 잎을) 조금씩 따서 모아놓으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자를 수확한다며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 900여평 밭에 대마를 심고 환각 성분이 있는 대마초를 만들어 판 일당이 지난 6월 경찰에 붙잡혔다. /영상제공=서울경찰청종자를 수확한다며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 900여평 밭에 대마를 심고 환각 성분이 있는 대마초를 만들어 판 일당이 지난 6월 경찰에 붙잡혔다. /영상제공=서울경찰청
실제로 최근 허가를 받고 경상북도 봉화군 산골에 3006㎡(909평) 밭을 일궈 대마를 심은 뒤 대마초를 마약으로 만들어 판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대마 잎 7kg을 폐기한다'고 지자체에 보고했지만 실제로 대마초 30kg가량을 은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대마 매수자를 수사하던 중 이들 정체를 파악했고 지난 6월 검거했다. 재배지에서는 이들이 제조한 대마초 29.3kg이 발견됐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압수한 대마초(49.4kg)의 절반을 넘는 양이다.

봉화군청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경찰 수사 협조 요청을 받기 전까지 (일당 범행을) 몰랐다"고 밝혔다.
일당은 대마 종자를 수확한다고 지자체 허가를 받아놓고 대마 잎을 말려 마약을 만들어 팔았다. 양을 늘리기 위해 액상 카트리지도 직접 만들었다. 경찰이 압수한 대마초만 30여kg이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압수한 대마초 절반을 넘는 양이다. /사진제공=서울경찰청일당은 대마 종자를 수확한다고 지자체 허가를 받아놓고 대마 잎을 말려 마약을 만들어 팔았다. 양을 늘리기 위해 액상 카트리지도 직접 만들었다. 경찰이 압수한 대마초만 30여kg이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압수한 대마초 절반을 넘는 양이다. /사진제공=서울경찰청
대마 재배 허가를 내준 후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관리법상 지자체는 파종과 수확 시기에 폐기할 때만 점검하도록 규정돼 관리 구조상 지자체가 재배 실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감독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동종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식약처에 제도 개선 필요성을 통보했다.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 지역 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는 대마 재배를 스마트팜에서 하고 폐쇄회로TV(CCTV) 300여개로 감시한다고 한다. 또 스마트팜에 진입할 때까지 이동 단계별로 지문 인식과 블록체인 기술 기반 출입 이력 관리 시스템이 운영된다. 특구 관계자는 "대마 재배지에 이런 강화된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이번 적발 사례로 대마 폐기 보고 시스템에 총체적 부실이 확인됐다"며 "현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드러난 이상 환각 성분이 있는 대마 잎 등 폐기 대상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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