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닌 건축과 조각의 기교를 발전시켜 왔던 곳이어서이다. 엠버 퓨어힐 리조트&호텔의 예식, 연회 공간 ‘채플(The Jeju Chaple)’은 ‘상자(箱, 콘크리트 오피스, 건물의 상징)에서의 탈피’로 유명한 건축가 쿠마 켄고가 예배당을 모티브로 제주 주상절리를 기하학적 건축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리조트는 올 11월 개장하며 채플은 2023년 상반기 완공된다/사진제공=엠버 퓨어힐 호텔&리조트
오늘날 유럽인들은 일주일에 40시간 정도 일하고 1년에 4~6주 정도 가지는 휴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유럽의 휴가문화는 유럽 경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휴가를 위해서 1년간 돈을 모으고, 절반 가까이가 휴양지를 찾아 장기 체류하면서 외식 등 소비지향형 휴가를 보낸다. 다만 펜데믹 이후 떠들썩한 과시형 휴가 대신 편하게 누릴 수 있는 휴식을 중요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독일어 '프라이차이트스트레스(Freizeitstress)'는 휴식을 위한 여가 시간을 무엇인가 유익하거나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으로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뜻하는 말인데, 계획이 없으면 우리보다 더 불안해하는 독일인들이 이런 현상을 표현하는 신조어를 만들어 한국인의 공감을 얻었다. 한국인에게도 '자유시간'이란 의미의 바캉스(Vacances)가 주는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무 목적 없이 쉬는 것보다 목적의식을 갖고 여가를 활용할 때 만족도가 더 높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대략 2시간가량 게으름을 피울 때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지만, 그 이상의 여가시간에 대해서는 목적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시간을 할애할 때에야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차즘 바뀌어가는 여가의 이러한 개념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전국의 유명한 휴양지의 내노라하는 호텔이나 리조트는 '문화적 영감'을 부여하는 데 독창성의 한계를 드러낸다(전혀 없다). 그저 화려한 치장으로 고객을 극진히 대립하고, 밖에 나가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아다니는 휴양객에게 안락한 침대만 제공할 뿐이다.
장소와의 조화를 가장 앞세우는 쿠마 켄고가 제주 주상절리를 독특한 기하학 건축예술로 승화시켰다. ‘채플’은 시대를 초월하는 제주의 상징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제공=엠버 퓨어힐 호텔&리조트
제주 주상절리와 쿠마 켄고
왕환이 엠버에 가장 공들인 것은 인피니티도, 초가집, 컨벤션 센터도 아닌 예식과 연회 공간 '채플(the jeju chaple)'이다. 채플을 설계한 쿠마 켄고는 '건축은 체험되어야 하는 것이자 관계 속에서 사유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긴 시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건축을 짓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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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 켄고는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감성에 의존해 상상력을 발휘하고 자신만의 특별한 건축언어로 작품을 표현해 냈다. 자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명의 가치와 오랜 역사를 거치며 변화해온 다양한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품은 뜻을 헤아려 깊이 있는 의미를 전달한 것이다.
우리는 그 진정성을 '채플'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당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듯이 쿠마의 건축은 한 눈에 반할 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시간이 흘러 갈수록 평화와 치유의 느낌을 갖게 되는 어떤 힘이 있다. 공간에 머물러 있는 건축물이 시간과 결합되어 체험하는 사람에게 감각이 깨어나고 행복한 감정과 연결해 주는 것이다.
다음달(11월) 오픈되는 엠버 퓨어힐 리조트&호텔 전경. 오른쪽아래 기하학적 건물이 ‘채플’이다/사진제공=엠버 퓨어힐 호텔&리조트
지난해(2021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도박 산업의 매출이 펜데믹 이전보다 더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시간을 활용할 옵션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카지노로 몰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시간(바캉스)을 도박 등 무의미한 일들로 때우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휴가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긴장을 어떻게 푸는지 모른다.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휴식의 본원적 가치(intrinsic value)를 추구하는 엠버 리조트&호텔이 3년간의 공사 끝에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왕환 대표는 "앞으로의 리조트는 단지 도시인의 휴게소가 아닌, 암울한 일상을 위로하고 우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며 불안과 외로움, 스트레스와 강박 등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라며 "수많은 호텔과 리조트의 건축물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쾌락적이고 즉흥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에서 지어진 것들이다. 엠버 리조트&호텔은 치유자로서의 가치를 지닌 휴양시설을 목표로 추진되었다"고 밝혔다.
전쟁터 같은 일상에서 여가를 예술을 느끼며 행복한 감정과 아름다움으로 채우는 시간이 많을수록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엠버 퓨어힐 리조트&호텔 대표 왕환(王歡)/사진제공=엠버 퓨어힐 호텔&리조트
왕환(王歡)의 '문화'가 있는 리조트 美學①,②편
'휙 지나가는 시간'을 붙드는 에너지가 있는 곳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30715430184674
리조트는 '행복하게 보이기' 위한 곳이 아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31415590396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