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두산·대우 다음은 KAI?…한화의 이유 있는 방산 욕심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2.10.02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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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모습. /사진제공=KAI.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모습. /사진제공=KAI.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 (51,800원 ▼1,900 -3.54%)산업(KAI) 인수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KAI를 인수한 뒤 '한국판 록히드마틴' 될 거란 기대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AI의 현재 대주주는 26.41%를 가진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HMM과 함께 주요 민영화 대상으로 꼽혀왔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한 까닭이다. 최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인수예정자로 한화그룹을 선정하면서 KAI의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도 KAI 민영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KAI는 욕심이 나는 기업이다. 최근 대우조선 인수 추진도 잠수함 등 특수선 부문과 시너지를 내 육·해·공 토탈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가장 우세했다.

국내 최대 방산기업인 한화그룹은 기업 인수로 몸집을 키웠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인수를 결정한 뒤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만나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키우자"는 포부를 내놓았다.



삼성 방산부문을 인수한 뒤 2016년엔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를 인수했다. 2020년엔 한화디펜스가 현대로템 방산 부문 인수를 검토했으나 사업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이 방산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지금의 국내 방산기업 간 경쟁 구도로는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해외 방산 수출이 이어지며 축포가 터지는 분위기지만, 방산기업의 가장 큰 수요자는 우리 정부다. 수출 계약이 이어진 올 상반기에도 주요 방산기업의 해외 수출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그만큼 국내에서 사업을 따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무한경쟁에 빠져 불필요한 자원이 낭비되고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다.


과거엔 군수품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신규 업체 진입을 제한하고 기존 업체에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전문화·계열화 정책이 있어 방위산업에 수익성과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방위산업의 전문화·계열화 정책을 폐지하면서 모든 무기체계 개발 구매 계약이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전환됐다. 기존 방산업체 입장에선 계약 수주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화그룹이 영위하는 사업부문도 다른 방산기업들과 겹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와 발사체 고도화 사업 등 우주항공 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현대로템과 지상장비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LIG넥스원과 전자장비 수주 경쟁을 벌인다.

특히 현재의 공개경쟁 입찰방식은 기술보단 가격이 사업 수주를 위한 결정적 요건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과도한 국내 기업 간 경쟁이 공장가동률 저하와 인력 유출을 야기하고 기업의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 의욕을 꺾어 국내 방위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다.

이에 방산업계에선 한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전문화·계열화 정책처럼 한 분야 당 하나의 기업만 두는 통합과 전 분야를 아우르는 거대 방산기업을 키우는 통합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국방비의 효율적 활용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지원 하에 50여개 업체를 록히드마틴·보잉·노스롭그루만·레이시언 등 4개 체계통합업체로 구조조정했다. 유럽도 미국에 맞서 역내 통합으로 EADS(프랑스·독일·스페인), MBDA(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소수 합작 법인으로 통합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해외 수출 덕분에 공장이 돌아가지만 체계종합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이 난립하면 내수 사업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수단으로 비슷한 업종 간 M&A(인수합병)가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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