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치레에 살림 거덜날판... 中 시골마을 '결혼식 지참금 상한선'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09.2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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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역별 평균 축위금 지도/사진=바이두  중국 지역별 평균 축위금 지도/사진=바이두


중국 허난성 한 농촌 마을이 결혼 당사자 가족과 하객 모두에게 부담을 지우는 허례허식을 타파하기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29일 중화망 등 언론들에 따르면 허난성 카이펑시 싱화잉 농장 도농통합시범지구는 결혼식에서 친척을 제외하고 50위안(약 1만원) 이상 축의금을 주지 않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신랑 집안이 신부 집안에 건네는 지참금을 아예 없애자는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광둥성 같은 곳은 보통 친척들은 100위안, 동료나 동네 주민들은 50위안정도 축의금을 건네지만 후베이나 산시성 등 유난히 체면을 많이 따지는 시골은 대부분 300위안을 기본으로 한다. 1인당 평균 소득이 1만위안이 되지 않는 농촌에서 1년간 동네 사람들 결혼식을 챙기다 보면 축의금으로만 몇 천 위안을 지출해 집안 살림이 거덜 난다는 것이다. 축의금을 내기 위해 은행빚을 지는 일도 벌어진다.



지참금을 아예 주고받지 말자는 급진적인 변화도 시도되고 있다. 중국에서 지참금 풍습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면 전통이지만 현재는 신랑 가족의 경제적 뿌리를 송두리째 뽑는 악습으로 비난받고 있다.

차이리라는 이름의 신부측에 건네는 지참금은 지역별로 평균 6만3000위안(베이징)에서부터 18만3000위안(저장성)까지 천차만별이다. 시골로 갈수록 지참금이 비싼 데 신붓감이 부족해지면서 지참금 시세가 치솟고 있다. 평균을 훨씬 벗어난 경우도 많아 50만위안(약 1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신부쪽으로부터 파혼을 당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지참금 제로 운동이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평생 결혼 한 번 못하고 홀아비로 살아야 할 중국 남성이 3500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지참금을 없애자는 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다.

중국 농업농촌부와 공산당 조직부 등 8개 중앙 정부 부서는 최근 '고가의 결혼지참금 등 농촌풍속 개혁 업무 방안'을 발표했다. 차이리가 결혼 장벽으로 작용해 인구 감소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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