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 25일 이적 소극장 콘서트 '흔적'에 래퍼 김진표(오른쪽)가 깜짝 출연해 이적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뮤직팜엔터테인먼트
무려 4년 만에 열린 이적의 소극장 콘서트 '흔적'(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은 횟수로 지난 16~18일, 22~25일 총 7차례뿐이지만, 지난 2003년부터 쏘아올린 관록의 소극장 경험이 20년째 이르면서 이적 공연은 '빈틈과 지루함을 허락하지 않는' 무대와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고 완벽한' 태도라는 쌍두마차로 어느새 정의되고 있었다.
이적은 자신의 지난 흔적의 선율을 흩뿌렸을 뿐인데, 관객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무대를 숨죽여 관람하고 있었다. '흔적'의 선곡에서 '강적'의 뮤지션을 만났다고 할까.
뮤지션 이적. /사진제공=뮤직팜엔터테인먼트
실루엣으로 문을 연 처음 두 곡('흔적' '숫자')부터 이적은 자신의 조율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철저히 증명해냈다. 어쿠스틱으로 아르페지오 반주를 하며 노래하는 이적과 전자기타로 포인트를 주는 임헌일의 단출한 2인 무대는 그 구성의 빈약함에도 폐부를 찌르는 알싸한 맛을 선사하는데, 덤덤하게 부르는 보컬 속에 파고드는 전자기타의 강약이 조절된 한음 한음이 얼마나 조화롭고 신비한지 마법처럼 들려준다. 손으로 치되 슬라이딩바를 이용한 주법처럼 감성적 연주를 구사할 수 있는 연주자를 고른 이적의 안목이 빛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적의 조절과 호흡은 무대를 구성하는 모든 연주자들에게 똑같이 투영됐다. 이적의 보컬 마이크는 리버브(잔향)를 과도하게 쓰는 법이 없고, 코러스는 메인 보컬의 10분 4에서 최대 10분의 6을 넘지 않았으며, 신나는 곡에선 기타와 드럼이 경쟁하는 대신 드럼 등 리듬 파트에게 우선권을 주는 전략을 통해 전체 곡이 가지는 조율의 미학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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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이적. /사진제공=뮤직팜엔터테인먼트
20곡을 부르면서 단 한 번도 그의 음이 떨어진 걸 들은 적이 없다. 낮은음에서는 공기 70%를 주입해 김동률 같은 매력적인 저음을 구사하고 고음에선 공기 30%만 넣고 윤도현 같은 카랑카랑한 고음을 내지르는 독특한 음색은 빈틈도 쉴 틈도 주지 않으며 관객을 휘어잡는 이적의 전매특허다. 그 음색으로 부리는 리드미컬하면서도 숨 가쁜 전개, 연주자들의 찰떡궁합 호흡,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절제력이 이적 소극장 무대의 모든 것을 설명했다.
무대는 작았으나, 내용은 스타디움 급이었다. 당장 5만석으로 옮기면 '조용필의 후계'로 불릴만 했다. 이적에 필적할 무대를 조만간 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