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ㅂㅈㅅ' 그들만의 위험한 은어…잘못된 만남을 막아라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2.09.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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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ㅂㅈㅅ' 그들만의 위험한 은어…잘못된 만남을 막아라


온라인 공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 행위는 처벌대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1250여건에 이르는 관련 모집글이 신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유해정보는 지속적인 감시에도 은어 등을 사용하며 은밀히 이뤄지고 있어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신고가 요구된다.

27일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함께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부 모니터링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ㄷㅂㅈㅅ'(동반자살)과 같이 자음만을 쓴 모집글을 올리기도 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관계자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단어들은 포털이 바로 삭제되거나 검색을 금지한다"며 "네티즌들이 은어를 사용하거나 트위터에 특정 계정을 만들어 공유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모집글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 24일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 1명과 20대 여성 1명, 30대 여성1명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두고 경찰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만나 극단적 선택을 함께할 것을 모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생전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유해정보를 온라인 공간에서 공유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2019년 개정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에 따르면 자살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거나 자살행위를 돕는 데 활용되는 정보인 '자살유발정보'를 유통하면 최대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극단 선택 동반자 모집정보 △극단 선택 관련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정보 등이 자살유발정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자살유발정보 집중클리닝 활동결과를 보면 지난 6월 7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상에서 신고된 자살동반자 모집 게시글은 2551건에 이른다. 일주일에 1250여건 꼴로 신고되는 셈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예방정책 및 사업을 담당하는 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현재 온라인상 자살유발 및 유해정보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다. 모니터링단이 신고한 정보는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삭제를 요청한다.


경찰은 다른 범죄와 다른 특수성으로 이같은 행위를 적극적으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찰은 극단 선택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을 발견하면 처벌 보다는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예방법 자체가 형사처벌이 목적이 아니고 사람 생명 구조가 목적"이라며 "만약 생명의소리나 기타 상담기관에 집단적인 극단 선택 관련해 상담한 것을 경찰이 다 수사하거나 처벌한다면 상담을 받으려는 사람이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다른 범죄와 다른 특수한면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모니터링단이 유해정보를 발견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 삭제를 요청한다"며 "이후 지방 경찰청 차원에서 동반자를 구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거나 한 사람이 계속 올리거나 모집 규모가 크거나 할 경우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사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로 A(37)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같은해 1월 SNS에 "가치(같이) 가실분 구합니다"라며 자살동반자 모집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의지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극단적 선택을 함께할 사람을 모집하는 행위는 처벌 받아 마땅하다"며 "모니터링단이 전체 온라인 공간을 감시할 수 없는 만큼 의심되는 게시글을 보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플랫폼과 경찰, 방통통신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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