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다 나오는 홈쇼핑…'이것' 절대 못 파는 놀라운 이유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9.1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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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분유, 홈쇼핑 판매방송 금지돼있어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TV홈쇼핑 방송 화면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TV홈쇼핑 방송 화면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별거 다 나오는 홈쇼핑…'이것' 절대 못 파는 놀라운 이유
심심할 때마다 TV홈쇼핑 방송을 켜두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군침이 도는 식품,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운동기구 상품, 다녀오면 행복해질 것 같은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등 각양각색의 상품 방송이 눈길을 사로잡아서다. 화려한 상품 시연 장면에 쇼호스트의 재미있는 설명까지 더해져 눈을 뗄 수 없다. 그런데 매일 여러 상품 판매 방송을 모두 다 보더라도 홈쇼핑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상품이 있다. 분유다.

홈쇼핑은 '허가 산업'이다. 즉 홈쇼핑 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5년마다 사업 운영권 허가를 얻기 위한 재승인을 받아야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재승인 심사위원회를 열어 비공개로 심사를 진행하는데 이때 각 사는 1000점 중 650점 이상을 얻어야 향후 5년간 사업을 할 수 있다. 심사에선 공정거래 관행 정착, 중소 납품업체 보호·지원, 시청자·소비자 권익 보호 등 공적 책무가 강조된다. 방송심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수십개의 규제 심의도 받는다. 이 때문에 각 사는 재승인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각종 지표를 준수하려 힘을 쏟는다.



분유 방송이 불가능한 것도 이 맥락에서다.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64조에 따르면 몇 가지 상품과 용역은 홈쇼핑 방송에서의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이 금지돼있다. △혼인매개, 이성교제 소개업이나 △점술, 심령술, 사주, 관상 등의 감정 및 미신과 관련된 상품은 미풍양속을 어지럽힐 수 있어 홈쇼핑에서 판매 방송할 수 없다. △무기, 폭약류 및 이와 식별이 어려운 모조품이나 △도박 및 이와 유사한 사행행위 △담배 및 흡연과 관련된 내용 △주류 등도 청소년보호법이나 주세법 등 관련 법에 의거해 판매 방송에 등장하는 게 불가능하다.

같은 규정에 따라 △조제분유, 조제우유도 판매 방송이 금지돼있어 홈쇼핑에서 분유 방송을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모유 수유 장려와 관련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젖병·젖꼭지 제품은 방송에서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이 가능하지만 엄격히 규제가 따른다. 제63조의2에 "젖병·젖꼭지 제품의 사용으로 모유 수유의 기능 및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거나 산모의 건강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있어서다. 모유 수유를 권장하기 위해 국가가 정책적인 노력을 펼친다고 볼 수 있다.



 1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조제분유가 진열돼 있다. 2022.8.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조제분유가 진열돼 있다. 2022.8.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는 전세계적으로 분유회사의 과도한 마케팅이 모유 수유를 방해한다며 우려한다. 지난 2월 '분유 마케팅이 신생아 모유 수유 결정에 끼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현재 분유 업체는 비윤리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부모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통해 부모가 모유 대신 분유를 수유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 8500명의 부모와 임산부, 300명의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분유 마케팅에 노출된 이는 전체의 85%를 차지했다며 이들이 마케팅 노출 결과 분유 수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WHO에 따르면 출생 후 6개월 동안의 모유 수유는 아동 영양실조를 막을 뿐만 아니라 아동기 질병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할 수 있는 백신 역할을 한다. 또 모유 수유를 한 여성은 당뇨병이나 일부 암에 걸릴 위험도 줄어든다. 캐서린 러셀 유니세프 사무총장은 "여성이 비윤리적인 마케팅 관행으로부터 보호받고 필요한 정보와 지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정책과 법률, 모유 수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역시 허가 산업의 일종인 홈쇼핑에 관련 장려 정책을 심어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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