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월 울트라스텝 전망까지…"한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 배제 못해"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2.09.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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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뉴스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FP=뉴스1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또 다시 기준금리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유례 없는 1%포인트(p) 금리인상 전망까지 나왔다.

미국의 초강력 긴축 전망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고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약세가 더 심화하면 우리 경제 부담이 확대되는 만큼 한국은행 역시 당초 예고했던 0.25%포인트 인상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3%, 전월대비 0.1% 올랐다. CPI는 지난 6월(9.1%) 이후 두 달 연속 떨어졌지만 상승 폭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8.0%)를 크게 웃돌았다. 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0.1% 하락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도 빗나갔다.

9월 20~21일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물가 지표가 예상을 웃돌면서 시장에서는 이달 연준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 참여자들 중 36%는 9월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bp(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까지 1%포인트를 한번에 올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8월 CPI 발표 후 시장의 전망이 대폭 수정된 것이다.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64%였다.



한은은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점진적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현 경제 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5.7%로 직전달(6.3%)에 비해 떨어진데다 미국의 9월 자이언트스텝도 한은의 예상 범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1%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거나, 이달 국내 소비자물가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물가 정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는 등 한은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경우 빅스텝 카드를 꺼낼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로 우리나라와 상단이 같지만 미국이 이달 0.75%포인트를 올리면 금리는 3~3.25%까지 올라가고 금리차는 0.75%포인트 벌어진다. 연준이 남은 11월과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연내 4%에 도달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의 금리 격차도 1%포인트 이상 벌어지게 된다. 이 총재는 앞서 용인할 수 있는 금리차 범위를 1%포인트 내외로 제시 바 있다. 미국의 긴축 강도가 거세질 경우 자본 유출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긴축과 유럽의 경기둔화 우려 등이 겹치며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이후 13여년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일으키며 물가 전반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경신한데 이어 13년5개월만에 처음으로 장중 1390원을 넘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9월과 11월 자이언트 스텝, 12월 0.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며 "이 총재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인상을 선호한다고 발언한 바 있지만 연준과의 금리 차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빅스텝을 다시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10월과 11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로 내다봤다.

이처럼 한은 금통위가 올해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금통위 내부에서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달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상승률이 올해 하반기 정점을 보이더라도, 둔화 속도가 완만하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현재의 전망경로가 유지된다면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다"며 "내년에도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높여가되,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국내외 경제 흐름의 변화를 봐가며 유연하게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급격한 금리 인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국내경제의 하방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며 "속도와 정도를 신중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이날 '미국·유럽의 경기침체 리스크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으며 그 여파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은도 예상에 없던 미국의 긴축 시나리오에 기존 점진적 인상 긴축 경로를 바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미국이 빠른 금리 인상 후 물가 지표를 보고 속도조절에 나선다면 한은도 경기 둔화를 고려했을 때 추가로 금리 상단을 3% 중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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