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패닝바잉' 시작됐나…"환율 1400원까지 뛸 수도"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2.09.06 17:00
글자크기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5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전일 대비 8.8원 오른 1371.4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 때 1375원까지 치솟았다가 1371.4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1일 장중 고점(1392원) 이후 13년5개월 만에 최고다. 2022.9.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5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전일 대비 8.8원 오른 1371.4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 때 1375원까지 치솟았다가 1371.4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1일 장중 고점(1392원) 이후 13년5개월 만에 최고다. 2022.9.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75원선을 돌파하며 5거래일 연속으로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럽 에너지 위기, 중국 경기둔화 우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의 원유 감산 등이 겹치며 달러화의 나홀로 강세,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심해진 때문이다.

수입업체들과 금융사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개입 등 적극적인 시장안정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원 오른 1371.7원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했다. 장중 기준으로도 1377원까지 뛰며 연고점을 새로 썼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1일(139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환율 급등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0~21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급 요인까지 가세했다. 최근 국내외 금융사들과 수입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달러 매집에 나선 것도 최근 환율 급등과 무관치 않다. 달러화를 제외한 통화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국내외 금융사들이 달러화를 사고 다른 통화를 파는 '롱플레이'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국내 수입업체들 역시 수입대금 결제를 위해 필요한 달러화를 조금이라도 쌀 때 사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전날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이날 오전에만 해도 일부 되돌림이 일어났으나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 국내외 기관들이 롱플레이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추석을 앞두고 (수입업체들의) 결제 수요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과거엔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할 때 유로화와 엔화 등 준 기축통화들로도 투자수요가 분산됐지만 지금은 오직 달러화와 스위스프랑으로만 매수세가 집중된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유로와 일본 엔, 중국 위안화 등 다른 통화들은 저마다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된 엔화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가운데서도 일본은행(BOJ)이 저금리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안전자산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5일 기준 엔/달러 환율은 지난 1월3일 대비 21.9% 상승했다. 원화(15.06%)보다 절하율이 크다. 일본이 정책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것은 과도한 국가부채 때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일본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59%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회원국 평균은 95%다.

유로화는 러시아가 유럽지역에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며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올 겨울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유럽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ECB(유럽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자이언트스텝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1유로는 가치는 이례적으로 1달러를 밑돌고 있다.

중국 위안화도 마찬가지다. 중국 외환당국은 외환지준율을 8%에서 6%로 낮추며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37분 기준 위안/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11% 오른 6.94위안을 기록했다. 중국이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33개 도시에 대한 봉쇄에 나서며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진 때문이다.

달러화를 제외한 주요 통화들 중에서 강세를 보이는 건 오직 스위스프랑 뿐이다. 금융데이터 전문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스위스프랑/달러 환율은 지난 5일(현지시간) 전일대비 0.39% 하락(가치상승)한 0.979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버슈팅(초과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달러화를 제외한 주요 통화의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무역수지까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반전의 계기를 찾기 어려워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로 무역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에너지 위기, 중국 경기둔화, 한국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막을 만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며 "유럽의 천연가스 중단 사태가 단기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NH선물의 김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1380원선을 상향돌파한다면 1400원이 단기적으로 상단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