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열공' 모드였다. 중요한 외교무대를 앞두고는 직접 요약 노트를 만들고 주말에도 보고서를 붙잡고 수시로 참모에게 전화했다. 현직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이 특징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건물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던 과거 청와대와 공간 자체가 다르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점심, 저녁 '벙개'는 일상이다. 때로 버럭 하면서 부딪히기도 하고 혼쭐도 내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는 게 참모들의 평가다.
창가 자리에 앉았던 B행정관은 밥을 몇 술 뜨다 말고 블라인드를 친다. 지나가는 사람과 눈 마주치는 게 공연히 부담스럽다. 정치권에서 누구보다 착실히 경험을 축적해온 '어공'임에도 "피바람이 분다"고 긴장했다.
#'쇼'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윤 대통령의 성품을 고려할 때 이런 쇄신은 예고된 건지도 모른다. 한 번에 뒤집는 전면적 발표보다는 수시로 보강·교체하는 방식이다. 한 여권 인사는 "짧고 강하게 단행했으면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어수선한 기간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일단 선택했으면 상시 쇄신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억울하게 휩쓸려 경질되는 인재가 없도록 가려내는 게 대표적이다. 전면적 업무점검도 기준을 세워 불확실성을 제거하되 가능한 단기간에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 동시에 메시지도 살려야 한다. 메시지는 감동이 실려야 힘을 받는다. 감동은 상대가 기대하는 수준을 뛰어넘을 때 나온다. 아무리 아끼는 복심이라도 책임이 있다면 쳐내는 결단이 그렇다. 말 그대로 읍참마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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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눈엣가시 같아도, 앙금과 섭섭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도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다면 품어내는 아량도 절실하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숙명이다. 대통령실 혁신은 물론 교육부, 보건복지부 장관 등 헌정사상 최장기간 공석을 이어가고 있는 자리를 채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