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탱' 좋아 주식 사자는 아들에게…220조 굴리는 막스의 답은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2.08.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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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탈 공동회장/사진=블룸버그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탈 공동회장/사진=블룸버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메일을 확인할 때, 이 투자자가 보낸 메모가 있으면 항상 가장 먼저 읽는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바로 미국 월가의 가치투자 대가인 하워드 막스(76)다.

버핏은 "하워드 막스의 메모에서 항상 뭔가를 배우며 그의 책에서는 두 배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막스를 치켜 세웠다.



1946년 뉴욕에서 태어난 하워드 막스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을 공부했으며 1969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에서 회계·마케팅 전공으로 MBA를 취득했다. 졸업 후 퍼스트 내셔널 씨티뱅크(현 씨티은행)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1985년 TCW그룹에 합류해서 하이일드 채권과 전환사채 부문을 책임졌다.

하워드 막스는 1995년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Oaktree Capital Management)를 파트너들과 공동 설립한 후 하이일드 채권, 부실채권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꾸준한 수익을 올려왔다. 지난 3월말 기준 오크트리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1640억 달러(220조원)에 달한다.



역발상 투자로 유명한 하워드 막스가 다른 투자자와 다른 점은 76세가 된 지금도 매달 고객에게 보내는 메모를 공개하며 고객 및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26일 공개한 '제 생각은 다릅니다'(I beg to differ)라는 제목의 A4지 12장 분량 메모에서는 투자자가 평균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투자 역시 골프와 마찬가지
2013년 3월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의 표지를 장식한 하워드 막스/사진=인터넷2013년 3월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의 표지를 장식한 하워드 막스/사진=인터넷
하워드 막스는 시장 평균 수익을 올리려면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 펀드를 매수하면 되지만, 평균 이상의 수익, 즉 초과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액티브한 베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베팅이 틀린 것으로 밝혀질 경우, 수익이 평균에 못 미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여기서 하워드 막스는 투자가 골프와 아주 비슷하다고 말했다. 골퍼의 컨디션과 상대방의 실력 발휘 정도가 날마다 달라지며 홀의 배치도 바뀌기 때문이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주식시장과 거시경제 환경이 항상 변하기 때문에 지난 번에 성공했던 투자전략이 다음 번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골프 스코어를 줄이려면 골프공을 홀컵 주변으로 가까이 보내는 어프로치가 중요한데, 지난 번 골프 코스에서 사용했던 어프로치가 적합했다고 해도 다음 번에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골프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 골퍼는 어프로치 전략을 상대방보다 잘 짜거나 실행을 잘해야 한다. 두 개 다 잘하면 물론 더 좋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남다른 투자성과를 올리고 싶다면 대중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 후에 투자자의 전략이 맞았거나 전략을 더 잘 실행했을 때, 초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전략도 맞고 실행도 더 잘하면 확률은 더 높아진다.

2차적 사고(Second-Level Thinking)의 중요성
초과수익을 올리기 위해, 하워드 막스가 강조한 건 2차적 사고다. 수백만명의 투자자가 1달러라도 높은 수익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과연 누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 바로 한 발자국이라도 앞선 사람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시간을 체육관이나 도서관에서 보냈거나 혹은 더 좋은 영양을 섭취하고 더 많은 땀을 흘렸거나 체력 또는 장비가 좋아야 한다.

다만 이런 것들은 투자에서는 덜 중요하다. 투자에서 필요한 건 하워드 막스가 2차적 사고라고 부르는 통찰력있는 사고다.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생각이 달라야(differ) 하고 더 나아야(better) 한다.

포드 머스탱 최신형 모델/사진=포드 홈페이지포드 머스탱 최신형 모델/사진=포드 홈페이지
'메모의 비하인드'라는 오크트리 캐피탈의 팟캐스트 코너에서 하워드 막스는 2차적 사고를 재밌는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바로 아들 앤드류와의 일화다.

앤드류 막스는 대학생일 때 "(미국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머스탱'(Mustang) 신모델을 포드사가 출시할 건데 아주 멋진 차일 것 같다"면서 "포드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워드 막스는 아들에게 "그 사실을 모두가 안다면 이미 모두의 생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포드 주식에도 이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막스는 "지식 우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는 "포드가 신모델을 출시한다. 포드 주식을 매수하자"라는 1차적 사고가 아니라 "신모델을 모두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 생각만큼 좋지는 않을 거다. 포드 주식을 팔자"라는 2차적 사고를 가질 수 있다고 하워드 막스는 말했다. 이 경우 추측이 반드시 맞을 수는 없으며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여기서 하워드 막스가 강조하는 핵심은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면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게 되고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면 남들과 성과도 똑같아진다"는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한 원리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정보 말고도 3가지를 잘해야
특히 정보기술의 발달로 온갖 투자정보가 쏟아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더 그렇다. 하워드 막스는 최근 아들 앤드류가 한 말을 인용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현재의 양적인 정보(quantitative information)는 우월한 성과의 원천이 될 수 없다."

왜냐면 모든 투자자가 미국 주식의 온갖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정공시 규정(Reg-FD)을 시행 중인 이유다.

결국 투자자가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양적인 정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즉, △회사의 질적(qualitative)인 측면을 보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거나 △사용가능한 양적인 정보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보다 정수를 잘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하워드 막스는 더 뛰어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2차적 사고의 투자자가 우수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으며 통찰력이 부족한 투자자는 그보다 못한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메모에서 하워드 막스가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을 인용한 부분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하워드 막스는 자신의 저서 '투자에 대한 생각'이 출판될 무렵 멍거가 "(투자는) 쉬울 수가 없다. 누구든 쉽다고 여기는 사람은 멍청이다"고 자신에게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워드 막스는 "성공을 보장하는 투자 공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복잡하고 동적이며 경쟁적인 본성을 가진 투자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용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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