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배달용 당당치킨을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2.08.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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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 11일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모델이 홈플5일장 행사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부터 8월 3일까지 일주일간 홈플러스 온라인 ‘치킨’ 키워드 검색량이 전월 동기 대비 10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홈플러스는 다가오는 말복과 광복절 연휴를 겨냥해 ‘당당치킨’ 등 인기 먹거리를 총망라한 ‘홈플5일장’을 진행한다. (홈플러스 제공) 2022.8.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11일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모델이 홈플5일장 행사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부터 8월 3일까지 일주일간 홈플러스 온라인 ‘치킨’ 키워드 검색량이 전월 동기 대비 10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홈플러스는 다가오는 말복과 광복절 연휴를 겨냥해 ‘당당치킨’ 등 인기 먹거리를 총망라한 ‘홈플5일장’을 진행한다. (홈플러스 제공) 2022.8.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6990원에 팔아도 남습니다."

치킨가격 논란은 7000원이 되지 않는 '당당치킨'을 기획한 대형마트 기획담당자의 입에서 촉발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만원을 넘어 3만원을 향하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불만이 쌓였던 소비자들은 3분의 1의 가격에도 마진이 남는다는 발언이 나오자 비난의 화살을 프랜차이즈 본사로 돌렸다.

이런 가격이 가능한 이유로 대형마트들은 '재료의 대량구매', '매장 제조로 인한 비용절감', '재고 부담 완화로 인한 생산원가 하락' 등을 꼽는다. 대량구매로 보면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이 더 월등하고, 다른 이유 역시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치킨 프랜차이즈의 소비자가격이 더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30% 안팎인 게 알려지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들끓었다.



치킨 가격 논란은 12년전 화제를 모았던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큰치킨'이 대기업 대 골목상권의 대결로 몰려 자취를 감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반응이 달라졌다. '골목상권 침해'란 12년전 레토릭 대신 '마트 치킨과는 다르다'는 주장을 편다. 서로 다른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여년간 프랜차이즈의 메뉴 개발 노력으로 마트치킨과의 품질 격차를 확연하게 벌렸다는 자부심이 배어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가 치킨값을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생닭의 가격이 6000원 안팎인데 2만원대 치킨까지 등장하는 것은 지나친 폭리 아니냐는 것이 요지다. 배달비 포함 3만원에 육박하자 소비자들은 배달비를 올린 교촌치킨을 대상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재료 가격 인상 부담을 빼더라도 실제 가격인상 폭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이자 가장 저렴한 교촌오리지널의 경우 통큰치킨이 등장한 2010년 가격은 1만4000원, 현재 가격은 1만6000원이다. 12년 동안 14%, 연간 1.2% 인상됐으니 '비싸게 받는다'고 욕을 먹는 것은 억울할 수 있다. 대신 프리미엄 신메뉴를 다양하게 출시하면서 평균가격을 부쩍 올렸고, 배달비 등 부수적인 비용이 추가된 게 소비자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었다.

소비자는 값싼 치킨을 원하고, 마트는 싸게 팔아도 이윤이 남고, 프랜차이즈는 서로 다른 제품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가 치킨의 가정배달을 활성화 시키면 어떨까. 소비자는 마트를 가지 않고 배달비 포함 1만원을 넘지 않으니 환영할테고, 대형마트는 손해보지 않고 더 많은 인기를 거둘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동일하게 배달비가 포함된 가격으로 경쟁해서 서로 다른 시장임을 증명하면 된다.

이 경우 대형마트에 주어지는 페널티도 있다. 영업시간 제한이다.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함께 자정 이후 영업 제한을 받는데 여기엔 배송 업무도 포함된다. 제품 전달 업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배달 플랫폼을 통한 우회 영업도 한계가 있다. 이 정도의 페널티라면 12년 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낮다. 배달용 당당치킨 출시를 기대한다.


 /사진=지영호 /사진=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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