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지난 5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역 네거리에서 열린 '제51회 국제간호사의날 결의대회'에서 전국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이 간호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간호법 제정과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의대 정원 확대와 업무 범위 명확화를 통한 불법진료 근절 등 3대 요구안을 정하고, 국회와 정부에 요구안의 구체적 실행을 촉구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대한간호협회(간호협회)는 추모글을 통해 "이번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운 중대한 사건"이라고 짚었다.
또 보건의료노조는 전반적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7년째 제자리걸음인 의대 정원을 수요에 맞게 대폭 확대하고 응급·외상 등 필수 의료를 책임질 수 있게 양성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진 의대 정원 테두리에서 비현실적 수가를 조정해 지원자가 적은 필수의료 과로의 유입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사단체들의 주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간호단체 등이 지적한 전반적 의사 수 부족과 의대정원 확대 문제는 이번 간호사 사망 사건 이전에도 직역별 갈등의 '화약고'로 통했다. 해당 이슈로 비롯된 갈등의 대표적 사례가 2020년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 거부 사태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고, 그중 3000명을 지역 의료인력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들이 집단 반발했고,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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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이같은 격렬한 반대에 정부는 결국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물러섰다. 일단 해당 이슈가 수면 아래로 내려간 셈이었는데 이번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이 이슈가 다시 조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올해 의사 단체는 간호사 단체와 간호법을 두고도 이미 격렬히 부딪친 상태다. 의사 단체는 현행 법 체계 테두리에서 간호사들의 처우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어, 간호사들만을 위한 법을 따로 제정할 필요가 없다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각 협회장들이 삭발에 나설 정도였다. 이 같은 갈등 양상에 이번 사건이 기름을 끼얹어 정부와 의료계가 어렵게 다시 시작한 필수의료 문제 해법 논의의 진척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정부는 수가 개선을 통해 필수의료 문제를 풀어가기로 큰 틀의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의사들이 수술을 기피하는 고위험 수술과 소아·분만 등 수요감소 분야를 대상으로 수가를 끌어올리는 '공공정책수가' 도입 구상을 내놓은데 이어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한 상태다. 하지만 의료계 직역별 시각차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여전히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