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맨', 시간 순삭시킬 판타스틱한 판타지 항해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2.08.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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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사진제공=넷플릭스


#이 칼럼에는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매일 다양한 꿈을 꾸면 산다. 그것은 때론 하루를 기분 좋게 이끌기도, 또는 불안감 속에 전전긍긍하게 만들기도 한다. 길몽 내지는 악몽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누군가는 꿈이 잠재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만, 전혀 뜻밖의 것들을 꿈으로 꾸기도 한다.

그런 꿈이 의인화된다면?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시리즈 '샌드맨'은 인간의 꿈을 의인화해 판타지 대서사를 그려낸 작품이다. 1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DC 코믹스 닐 게이먼의 인기 소설 '샌드맨'을 모티브로 했다. 원작자인 닐 게이먼이 총괄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도 흥미를 돋우는 부분이다. 먼저 '샌드맨'을 보다 재밌게 감상하려면 주인공 샌드맨의 TMI를 알고가는 게 좋다.



샌드맨은 닐 게이먼에 의해 아예 없던 인물이 새로 창조된 캐릭터는 아니다. 북유럽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가의 상상력으로 몸집을 키운 캐릭터다. 자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마법의 모래를 뿌려 좋은 꿈을 꾸게 하는 존재인 '잔트만(독일어)'이 그 기원이다. 영어로는 작품명처럼 샌드맨이라고 한다. 자고 나면 눈에 생기는 눈곱이 꼭 모래를 뿌린 것 같다고 해 전승된 이야기인데 꽤 그럴듯하다. 왜 꿈이 샌드맨으로 불리는지, 작품에서 주인공이 왜 모래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사진제공=넷플릭스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인 '샌드맨'은 오랜 세월 갇혀 있다 탈출한 꿈의 군주 모르페우스(톰 스터리지)가 빼앗긴 꿈의 도구들과 잃어버린 힘을 되찾는 여정을 그린다. 모르페우스는 인간 마법사의 주술에 의해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리관에 갇힌다. 모르페우스에게는 힘을 관장하는 세 개의 꿈의 도구가 있는데, 투구, 루비, 모래 주머니다. 인간은 그것을 이용해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고, 모르페우스는 유리관 속에서 점점 쇄약해진다. 더욱이 꿈의 군주가 자리를 비우면서 인간 세상에는 전쟁을 비롯해 일명 '기면병'이라 불리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거 발생하게 된다.

결국 오래된 마법진 일부가 지워지면서 풀려난 모르페우스는 자신을 가둬둔 이를 영원한 꿈 속에 가둬놓는 것으로 첫 복수를 행한다. 이후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간 그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궁전을 마주하게 된다. 모르페우스가 갇혀있던 걸 몰랐던 주민들은 왕국의 주인에게 버림받은 줄 알고 하나 둘 떠나버린 것이다. 끈기있게 자신을 기다려준 도서관 사서의 도움을 받아 그는 왕국을 재건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를 실현하려면 꿈의 도구가 필요하기에 모르페우스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간다.

지옥으로 흘러들어간 투구는 지옥의 군왕 루시퍼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되찾았고, 모래주머니도 제법 수월하게 얻어낸다. 루비는 약간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 곡절을 겪지만 결국은 찾아낸다. 꿈의 도구를 되찾은 기쁨도 잠시 모르페우스의 부재로 꿈에 혼란이 생기면서 일명 '꿈의 소용돌이'라고 불리는 인간이 태어난다. 21살의 여성 로즈 워커다. 모든 인간의 꿈을 넘나들며 혼란을 야기시키는 존재인데, 세상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돌연변이다. 그로 인해 실제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는데, 그의 가까운 지인인 라이타 홀이 꿈 속의 정사로 실제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게 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사진제공=넷플릭스
모르페우스에게는 자신의 일을 함께 수행해주는 수하가 몇 명 있는데, 이중 악몽으로 분류되는 코린트인이 로즈 워커를 이용해 반역을 꾀하려고 시도한다. 애초 코린트인은 모르페우스가 인간들에게 갇혀있게 만드는 데 일조한 악몽이다. 하지만 모르페우스는 꿈을 관장하는 막대한 힘을 지닌 존재다. 코린트인도 모르페우스가 창조한 인물. 모르페우스는 결국 코린트인을 잡아 재로 만들어버리고, 로즈 워커는 없애는 대신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샌드맨'은 주인공 캐릭터의 본질이 '꿈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관념이다. 관념을 의인화한 셈이다. 그래서 본 작품은 꿈 외에도 관념을 의인화한 캐릭터들로 주요하게 이야기를 꾸려낸다. 특히 모르페우스에게는 '영원 일족'이라 불리는 가족이 있는데 그 형제자매들이 죽음, 파괴, 분열 등이다. 설정 자체가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인간 세상과 관념들의 공간을 넘나드는 구현력이 굉장히 볼 만하다. 다크 호러 판타지 특유의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금세 압도된다. 기대하고 봐도 꽤 만족할 만한 완성도 높은 판타지 시리즈다.

'샌드맨'의 원작은 총 10권인데, 이번 시리즈에선 1, 2권의 이야기로만 엮어냈다. 떡밥 가득한 캐릭터가 넘쳐나기에 더욱 흥미로운 다음 시리즈를 기대해봐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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