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수억원 쓰며 조롱한 BJ…"열받아" 엔씨 사옥으로 모인 이유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2.08.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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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일반 유저와 과금 경쟁하는 불공정 구조 지적 이어져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 등장한 시위 트럭. /사진=온라인커뮤니티엔씨소프트 사옥 앞에 등장한 시위 트럭.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엔씨소프트 (176,100원 ▼1,900 -1.07%)의 리니지 '유튜브BJ 프로모션'에 게이머들이 폭발했다. 엔씨로부터 마케팅비용을 제공받아 한달에 수억원씩 돈을 쓰는 '핵과금' BJ들이 일반 유저들과 경쟁하는 게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부 BJ가 일반 유저를 공개적으로 조롱하면서 과금을 유도한 데 대한 반발이 일고 있다. 마치 다른 소들을 도축장으로 유인한 뒤 홀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길잡이 소' 같은 역할을 프로모션 BJ들이 수행한다는 불만이다.

확률형 아이템 등에 거액을 들일수록 유리해지는 리니지 시리즈와 같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 사측의 지원을 받는 BJ들과, '내돈 내산'(지원 없이 돈을 쓰는) 일반 유저가 같은 서버에서 경쟁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국회에서는 프로모션 계정을 별도로 표기해 일반 유저들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프로모션 논란에 고개숙인 리니지2M 운영진
10일 엔씨소프트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경기 성남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리니지2M 유저들이 기획한 트럭 시위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엔씨로부터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 받은 한 BJ가 공개적으로 다른 유저들을 조롱하면서 과금을 유도한 사실 때문에 이번 시위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는 그동안 리니지2M 프로모션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에 논란이 된 BJ 역시 리니지2M 방송을 했을 뿐, 프로모션 자체는 리니지W 관련 지원만 받았기에 일반적인 '뒷광고'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저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 5일 리니지2M 운영진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 사과했다.



운영진의 사과에도 유저들은 항의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를 기획한 유저들의 모임에서는 새로 나오는 패키지 상품을 불매하자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동안 1인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써온 소위 '고래 유저'들의 집단 불매운동이 퍼져나간다면 엔씨의 3분기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과금 유도·마케팅비 급증…해묵은 프로모션 관행의 양면
지난 5일 사과방송을 하고 있는 리니지2M 운영진. /사진=리니지2M 유튜브지난 5일 사과방송을 하고 있는 리니지2M 운영진. /사진=리니지2M 유튜브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그동안 신작을 출시하는 게임들이 유명 유튜버들을 섭외해 마케팅비용을 지급하고 해당 게임 내용을 콘텐츠로 다루도록 하는 '숙제 방송' 계약을 맺어온 관행이 존재한다. 이는 손쉽게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린다는 장점과 함께, 게임사 입장에서도 마케팅비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리니지W를 출시하면서 유튜브 마케팅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지난해 엔씨의 마케팅비용은 전년 대비 122% 늘어난 282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전체 마케팅비용 중 BJ 프로모션에 쓰인 부분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BJ들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 비용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진다. 금액을 지급하면서 "이 중 얼마를 아이템에 쓰라"는 식의 계약 조항은 없지만, 방송의 흥행을 위해 마케팅비용의 상당 부분을 아이템 구매에 쓰는 BJ들이 대다수다. 일부 인기 BJ의 경우 한달에 2억~3억원의 과금을 하는 점에 비춰볼때, 실제 지급되는 프로모션 비용은 이를 넘을 것이라는 추정만 가능하다.

정치권도 우려하는 프로모션…"돈 받은 계정 식별 가능하게 바꾸자"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상헌 의원실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상헌 의원실
프로모션 논란이 이어지자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게임사들이 프로모션 계정을 캐릭터 아이디에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게임사들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로모션 계정인지 모르는 상대와 '이길 수 없는 경쟁'을 하게 되는 문제는 결국 일반 유저를 상대로 게임사가 의도적 과금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도 프로모션 계정을 이용한 홍보방식은 법률상 불공정광고(거래)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소위 '뒷광고'로 불리는 비밀 프로모션은 현행법으로도 규제 대상이 되고 있으며, 홍보내용을 공개하더라도 그 도가 지나칠 경우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해 게임 자체의 수명을 게임사 스스로 갉아먹는 선택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상헌 의원은 "유저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 사례처럼 프로모션 계정 규제 논의를 시작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게임사들의 선제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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