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바이든 '코로나 딛고' 회동, 美 반도체 투자 전기 열린다(종합)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뉴욕(미국)=임동욱 특파원, 최민경 기자 2022.07.27 15:22
글자크기
(서울=뉴스1) =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오른쪽 아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번 면담은 당초 대면 면담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화상으로 전환됐다.(조 바이든 트위터)2022.7.27/뉴스1  (서울=뉴스1) =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오른쪽 아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번 면담은 당초 대면 면담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화상으로 전환됐다.(조 바이든 트위터)2022.7.27/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투자 선물보따리를 안겼다. 반도체 관련 신규투자 계획을 밝히고 기존 발표한 이차전지(전기차용 배터리) 투자 의지도 구체화했다. 우리 대기업 총수가 미국을 찾아 대통령을 사실상 독대한건 오랜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내 반도체산업 육성의지와 엮여 한미 경제협력의 새 전기를 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 회장은 26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으로 만나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등에 총 220억달러(28조8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SK는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회복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관저에서 화상으로 루즈벨트룸을 연결, 최 회장과 SK그룹 경영진을 만났다. "기분이 매우 좋다"고 운을 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맹국들이 다시 돌아와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약 15분간 진행됐고, 최 회장과 SK그룹 경영진들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바이든 대통령과 작별 인사 했다.

최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 회동은 양국관계와 SK그룹의 미래설계에 모두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확진 와중에도 수트를 '드레스업' 한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미국 제조업에 220억달러(28조8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미 시작된 배터리 투자를 합치면 바이든 집권 기간 투자예정 금액만 300억달러(39조3000억원)에 달한다.



최 회장은 앞서 2026년까지 SK그룹 차원에서 총 247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그 중 약 68조원을 해외 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혔었다. 이번 방미를 통해 그 중 40% 이상을 미국에 투자한다고 구체화한 셈이다.

뜯어보면 역시 배터리와 반도체가 두 축이다. 그간 최 회장이 공개한 배터리 명세서는 선명하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계열 배터리제조사 SK온을 통해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초대형 배터리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포드와 합작, 켄터키와 테네시에도 추가로 배터리공장을 짓는데 총 7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앞서 밝혔다. 9조1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반도체투자 명세서는 상대적으로 희미하다. 최 회장은 이번에 신규 발표된 220억달러 중 150억달러(19조7000억원)는 반도체사업에, 나머지 70억달러는 바이오와 그린에너지분야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팹(공장) 4개동을 신설하는데만 약 120조원을 쌓아뒀음을 감안하면 대대적인 투자를 공식 선언했다 보긴 어렵다.


반도체는 배터리에 비해 보다 투자규모가 크고 상황이 복잡하다. 한미 양국관계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이 포함되는 국제정세와도 밀접하다. 바이든행정부는 반도체 대결에서 중국을 찍어누르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구상의 핵심이 한국이다. '칩4(미국·한국·대만·일본)'가 손잡고 중국을 고사시킨다는거다. 같은 날 상원을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안이 바로 이 내용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고 보면 최 회장의 희미한 명세서는 지금 상황에서 최상의 패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지원책을 마련할지에 따라 미국에 추가로 반도체 투자를 진행할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선 차 떼고 포 떼도 30조원 이상의 여력이 남는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이 자금을 미국 본토로 유치해야만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센티브를 설계할 때 충분히 감안해야 할 요소다. SK 뿐 아니라 삼성 등 한국의 반도체 플레이어들은 중국과도 상당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한국의 참여를 원한다면 보다 직접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기업 대 기업 뿐 아니라 정부 대 정부로 풀 문제들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 회장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SK그룹이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단행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2025년까지 4000개에서 2만개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수 차례 "땡큐"를 연발했다. 이번 SK그룹의 투자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경쟁에서 승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SK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247조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이 중 179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는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훨씬 규모가 큰 국내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해외 투자도 함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대미 투자 계획은 물론 이미 확정된 국내 투자 역시 흔들림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