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오른쪽 아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번 면담은 당초 대면 면담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화상으로 전환됐다.(조 바이든 트위터)2022.7.27/뉴스1
최 회장은 26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으로 만나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등에 총 220억달러(28조8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SK는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 회동은 양국관계와 SK그룹의 미래설계에 모두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확진 와중에도 수트를 '드레스업' 한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미국 제조업에 220억달러(28조80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미 시작된 배터리 투자를 합치면 바이든 집권 기간 투자예정 금액만 300억달러(39조3000억원)에 달한다.
뜯어보면 역시 배터리와 반도체가 두 축이다. 그간 최 회장이 공개한 배터리 명세서는 선명하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계열 배터리제조사 SK온을 통해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초대형 배터리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포드와 합작, 켄터키와 테네시에도 추가로 배터리공장을 짓는데 총 7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앞서 밝혔다. 9조1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반도체투자 명세서는 상대적으로 희미하다. 최 회장은 이번에 신규 발표된 220억달러 중 150억달러(19조7000억원)는 반도체사업에, 나머지 70억달러는 바이오와 그린에너지분야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팹(공장) 4개동을 신설하는데만 약 120조원을 쌓아뒀음을 감안하면 대대적인 투자를 공식 선언했다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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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배터리에 비해 보다 투자규모가 크고 상황이 복잡하다. 한미 양국관계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이 포함되는 국제정세와도 밀접하다. 바이든행정부는 반도체 대결에서 중국을 찍어누르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구상의 핵심이 한국이다. '칩4(미국·한국·대만·일본)'가 손잡고 중국을 고사시킨다는거다. 같은 날 상원을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안이 바로 이 내용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고 보면 최 회장의 희미한 명세서는 지금 상황에서 최상의 패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지원책을 마련할지에 따라 미국에 추가로 반도체 투자를 진행할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선 차 떼고 포 떼도 30조원 이상의 여력이 남는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이 자금을 미국 본토로 유치해야만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센티브를 설계할 때 충분히 감안해야 할 요소다. SK 뿐 아니라 삼성 등 한국의 반도체 플레이어들은 중국과도 상당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한국의 참여를 원한다면 보다 직접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기업 대 기업 뿐 아니라 정부 대 정부로 풀 문제들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 회장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SK그룹이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단행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2025년까지 4000개에서 2만개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수 차례 "땡큐"를 연발했다. 이번 SK그룹의 투자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경쟁에서 승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SK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247조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이 중 179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는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훨씬 규모가 큰 국내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해외 투자도 함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대미 투자 계획은 물론 이미 확정된 국내 투자 역시 흔들림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