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출' 서명 이튿날 우크라 항구 폭격…뻔뻔한 러시아 "합의 어긴 것 없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07.2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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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국방부 오데사항 미사일 공격 공식 확인,
수출 합의 파기 인정 無 "우크라 군 시설만 공격"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이 남부 오데사항에서 러시아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격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이 남부 오데사항에서 러시아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격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흑해의 핵심 항구인 오데사항을 향한 미사일 공격 사실을 24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했다.

로이터통신·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의) 칼리브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군함을 포함 오데사 항구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 시설을 파괴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미국이 공급한 하푼(Harpoon) 대함 미사일이 보관됐던 창고도 파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수리·정비 업체시설을 파괴했다"며 미사일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 정부가 인정한 이번 오데사 공격은 지난 23일 이뤄졌던 바 있다.



러시아 정부의 이날 발표로 흑해 항구 봉쇄 5개월 만에 열린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길이 다시 닫힐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합의'가 파기될 가능성도 배제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우크라이나·러시아·튀르키예·유엔 4자 대표는 지난 22일 전쟁으로 인한 세계 식량위기 해소의 일환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흑해 곡물 수출 재개 협정에 서명했다. 이들이 서명한 합의문에는 곡물 수출을 위한 △우크라이나 항구 3곳(오데사항·피브데니항·초르노모르스크항) 개방 △튀르키예 이스탄불 합동조정센터(JCC) 설치 및 무역화물선 안전보장 △러시아산 곡물 및 비료 수출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서명 하루 만인 지난 23일 합의문에 명시된 오데사항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꼴이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무엇을 약속하든 이행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유엔 측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명의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도 공식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하며 러시아의 곡물 수출 재개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러시아 측은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러시아 측이 이번 오데사 미사일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곡물 수출 합의'를 어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튀르키예 국방부의 훌루시 아카르 장관은 '오데사 공격'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 측은 이번 공격이 자신들과 전혀 관계가 없고, 러시아 정부도 그 사건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며 러시아 편을 들었다. 그러나 이날 러시아 정부가 미사일 공격을 공식 확인함에 따라 튀르키예 정부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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