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제도요? " 법원 직원이 되물었다…유명무실한 교권침해 방지제도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2.07.1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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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교장 통고제도 신청 건수 알고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기자)
"네 무슨 제도 건수요?"(법원 직원)

"학교장 통고제도입니다."(기자)
"통고제도가... 잠시만요 확인하고 안내드리겠습니다."(법원 직원)



지난 13일 '학교장통고제도'가 얼마나 활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가정법원에 전화를 했다. 이같은 대화를 주고받은 뒤 법원 직원은 유선상으로 답변을 하기 어렵다며 통화를 종료했다. 법원 직원도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만 봐도 학교장통고제가 얼마나 유명무실한지 알 수 있다.

최근 담임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흉기로 위협한 초등학생이 등교중지 30일과 심리치료 처분을 받은 가운데,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학교장통고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장통고제는 학교장이 문제가 있는 학생에 대해 보호 처분을 내려 달라며 가정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제도다. △학교폭력 문제나 교권 침해 행위 등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비행소년과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여 2차 피해를 막고 △교정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로 1963년 도입됐다.

학교 폭력 사건이 학교장통고로 접수되면 법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등은 해당 학생에게 교정 지도부터 소년원 송치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다. 학생에게는 '수사받은 전력'이라는 주홍글씨가 남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아 있다. 학교장과 부모가 직접 학생을 법원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교사들은 학교장통고제가 실질적인 행동 교정에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의견이 많다. 학생이 심리학이나 아동복지학 등을 전공한 전문 소년 조사관에게 조사받을 수 있고 심리상담과 치료 등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학생의 폭력행위를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교사들로서도 교권 침해를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원 한 초등학교에서 학우와의 싸움을 말린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양날톱으로 위협하는 등의 학교 폭력 행위를 일으킨 A군에게는 지난 13일 등교중지 30일 처분이 내려졌다. A군과 A군 부모에게 각각 20일, 10일 심리치료도 결정됐다. 피해 교사는 학급 교체 등 조치와 학교장통고제를 통한 학생 교육 등도 필요하다는 진술서를 학교 측에 제출한 상황이다.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정모씨(29)는 "학생이 교사에게 반항해도 경고만 할 뿐 제지할 방법이 없으니 참고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라며 "학생들도 교권을 침해하는 일이 하나의 학교 폭력의 형태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처분이 필요하다. 학교장 통고제도는 그런 제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교권 침해센터 관계자도 "통고제라는 좋은 제도가 있는데 학교장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학교 폭력 범죄를 근절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사문화된 통고제도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라서 학교 폭력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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