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인구붕괴 경고'와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광화문]

머니투데이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2022.07.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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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지원 디자이너 = 정부가 지역 인구감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 연간 1조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고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뉴스1) 이지원 디자이너 = 정부가 지역 인구감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 연간 1조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하고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2032년 어느 날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200여가구가 살고 있는 이 단지에서 김주희씨(35)는 가장 나이가 어린 주민이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동네를 등지다보니 주변엔 온통 노인들뿐이다. 아이들을 구경한지 7년이 넘었다. 신생아 울음소리도 TV에서나 들을 수 있다. 주희씨가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에 시동을 걸자 계기판에 주유 알람이 깜빡거린다. 기름을 넣기 위해선 30㎞가 넘는 도심 근처까지 가야 한다. 평소 이동거리가 짧아 한달에 한번 주유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동네 주유소가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주유하는 날은 장을 보는 날이다. 주유소 근처 대형마트에서 한달치 장을 한꺼번에 본다. 처음엔 주유하러 왕복 60㎞를 오가는 데 드는 기름값과 시간이 아까워서였지만 이젠 다른 방법이 없다. 주희씨 같은 사람들이 늘면서 동네에 가게가 없어졌다. 이제 걸어서 갈 만한 곳에선 생필품 상점이나 약국, 병원, 식당을 찾아볼 수 없다. 시 전체에 11곳이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몇 년 전 2곳으로 통합됐다.

이 스산한 풍경은 머니투데이가 8년전 처음으로 '인구문제'를 사회적 화두로 던지면서 내놓은 '2020 인구절벽 위기온다'는 창간기획 연재기사 중 '소멸하는 대한민국편'에서 가상 시나리오로 제시했던 '주희씨의 일상'이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선 먼 미래로 묘사됐지만, 저출산·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에선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상당부분 현실화됐던 사례였다. 실제로 2014년엔 1800곳의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절반(49.8%)에 해당하는 896곳이 인구감소로 2040년경에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고, 2050년엔 전체 지역의 20%에서 사람이 살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미 빠른 속도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던 한국도 2750년 인구가 '0'이 되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로 꼽혔다.



이런 끔찍한 경고는 불행히도 극적인 반전없이 현재도 진행형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투입한 예산은 380조2000억원에 달했지만, 2006년 1.13명이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들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은 지난해 0.81명까지 크게 떨어졌다. 3년전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인구의 자연감소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불안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오죽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인구문제를 걱정했을까.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은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며 "한국의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3세대 안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6% 밑으로 떨어져 대부분 60대 이상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는 일단 '지역균형발전'을 고령화·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꺼내들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목표를 제시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저출산의 이유에 대한 분석 중 간과하는 부분이 지역균형발전의 실패"라면서 "좋은 직장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기 떄문에 지방의 청년들이 떠나면서 지역은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고, 수도권은 직장 부족과 높은 집값으로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해 저출산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으로 몰려 목숨 걸고 경쟁하는 구조가 바뀌 않으면 저출산 문제는 풀릴 수가 없다"며 균형발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은 중요하다. 각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인구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도록 국가가 행·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인구감소지역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에 따라 신설된 개념으로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출산율과 고령인구 비율 등을 감안해 지정한 89개 지역을 말한다. 앞으로 국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소멸 위기에 놓인 이들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보육과 교육, 의료, 주거,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특례를 지원하게 된다. "어느 지역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가 인구 절벽의 해법"이라고 내건 윤석열 정부가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의 성공적 안착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머스크의 '인구붕괴 경고'와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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