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6시쯤 연세대 청소노동자 김모씨(66)가 모 건물의 세미나실 칠판을 닦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깨끗하지 않나'라 묻자 김씨는 "그 쪽 눈에는 깨끗해 보이나, 내 눈에는 쓴 자국들이 보인다"고 했다. 칠판에 묻은 희미한 얼룩도 그날 닦지 않으면 오랜 기간 남는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청소를 마치고 김씨는 "훨씬 깨끗해지지 않았나"라고 했다./사진=김성진 기자
방학이다. 하지만 계절학기도 있고 언어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도 있어서 오전 9시 학생들이 오기 전까지 청소를 끝내야 한다. 김씨는 이날 새벽 5시40분쯤 화장실부터 청소했다. "웨엑." 소변기 냄새차단 트랩을 연 김씨가 구역질했다. 고무장갑 낀 손에 수세미를 들고 소변기 안을 닦는 중이었다. 김씨는 "구역질 나도 할 수밖에 없다"며 "매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냄새가 난다"고 했다.
6일 오전 6시쯤 연세대 청소노동자 김모씨(66)가 남자화장실 소변기를 청소하고 있다. 고무장갑 낀 손에 수세미를 들고 하나씩 안쪽을 닦았다. 깨끗해진 화장실을 김씨는 자랑스러워했다. 청소를 마치고 김씨는 "어때요 냄새 하나도 안나지 않아요"라고 물었다./사진=김성진 기자
6일 오전 6시쯤 연세대 청소노동자 김모씨(66)가 모 건물의 복도를 청소하고 있다. 김씨가 맡은 층은 다른 층들보다 복도가 넓은 편이라고 한다. 기름걸레로 한번 닦고 물걸레로 한번 더 닦아야 한다. 계절학기가 끝나고 외국인 학생들도 돌아가면 복도 타일 표면을 가는 등 대청소를 한다고 한다./사진=김성진 기자
청소는 오전 7시15분쯤 끝났다. 시작한 지 2시간 만이다. 학기 중에는 보통 오전 8시30분쯤 끝난다고 한다.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건물을 써서 쓰레기양도 많고, 먼지도 더 쌓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러니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김모씨(66)는 6일 물티슈를 가리키며 "샤워실이 없어서 땀을 흘려도 물티슈로 닦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티슈 닦고도 도저히 힘들면 화장실에 올라가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는다. 그래도 땀을 다 닦을 순 없어서 청소노동자들은 휴게실에서 서로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김씨는 이를 '거리두기'라고 했다./사진=김성진 기자.
구슬땀 흘렸지만 자연 바람에 말리는 수밖에 없다.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샤워실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캠퍼스 한가운데 헬스장 샤워실이 있지만 주로 학생들이 쓰는 데다 캠퍼스 바깥쪽 건물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사용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세대 모 건물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1층 출입문 바깥에 있었다. 청소노동자 5명이 6층 건물에 한개층씩 나눠서 청소한다. 남는 한 개층은 조금씩 영역을 나눴다. 휴게실은 청소노동자들의 아지트다. 냉장고, 정수기, 세탁기가 있다. 이중 학교 측이나 청소 용역업체에서 제공한 것은 없다. 모두 청소노동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서 산 것들이다./사진=김성진 기자
이들은 지난 3월부터 4개월째 하청인 청소 용역업체를 상대로 △교내 샤워실 확충 △인력 충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사실상 집회는 원청인 연세대를 향하고 있다. 이날 캠퍼스 곳곳에는 '총장님이 주인이다, 샤워실 문제 해결하라'며 학교에 책임을 묻는 현수막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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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집회는 연세대 학생 3명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며 널리 알려졌다.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 집회가 수업을 방해했다며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치료비 등을 더해 640여만원을 청구했다. 업무방해죄로 형사 고소도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소송 제기 후 마이크 앰프 볼륨을 낮춰서 집회하고 있다.
김씨는 "솔직히 학생들을 미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먼저 인사해주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며 "학생들 미워할 일은 없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학교가 서러울 뿐"이라고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 요구사항에 관해 하청업체(청소 용역업체)와 긴밀하게 논의 중"이라면서도 "민감한 사항이므로 자세한 사안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