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받으려고 은행주 샀다가 웬 날벼락…슬프다."(하나금융지주 종목토론방)
은행주(株) 투자자들이 연일 곡소리를 내고 있다. 금리 상승 수혜로 꼽히며 올해 초 주가가 상승 랠리를 달렸던 은행주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국내 4대 금융지주 종목인 신한지주 (46,750원 ▲3,250 +7.47%)(-1.72%), 우리금융지주 (14,350원 ▲330 +2.35%)(-2.92%) 등도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은행주는 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며 괜찮은 흐름을 보였다. 주로 외국인이 은행주를 담았다. 지난 1월3일부터 5월31일까지 외국인은 KB금융 7700억원, 신한지주 3290억원, 하나금융지주 6180억원, 우리금융지주 7730억원을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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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달 들어 은행주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만 17.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3.2%)보다 낙폭이 컸다. 지난주 외국인과 기관은 국내 은행주를 각각 310억원, 840억원 순매도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주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부실 여신 리스크가 터지는 것을 우려해 은행주 투자에 주저하고 있는 눈치다.
거기에 금융당국의 은행권 조이기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는 한편 대출금리 상향 기조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손충당금 확대도 추가 부담 요소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손실을 미리 산정해 쌓아두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은행권의 수익과 별도로 인식되기에 은행 입장에선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증권은 KB금융이 2분기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대손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그룹 대손율은 0.35%로 전 분기 대비 0.23% 상승할 것"이라며 "충당금 TF(태스크포스) 결과에 따라 미래 경기전망 관련 충당금을 1620억원 추가로 적립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하반기에 은행 실적이 기존 예상치보다 못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NIM 상승으로 인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과 달리 2분기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가 반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규제 리스크 등 센티멘트 악화 요인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며 은행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3배까지 하락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추세적인 반등은 제한적이고 코스피 대비 초과 상승세 전환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