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자본시장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이후부터 30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사모 외화FRN 신고서 수리를 접수하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비교적 규모가 있는 기업들도 원화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하면 되는데 사모FRN으로 꼼수 조달을 해온 측면이 있다"며 "3000만달러 이상의 외화FRN은 정부 신고사항이기 때문에 신고서를 수리할 지 말 지는 정책적 재량(창구지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모 외화FRN은 공모와는 다른 중소영역이다. 공모 외화FRN 시장에서는 7월 중 한국가스공사와 LG화학 등이 수천억원 규모로 조달을 계획 중이다. 대형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수천억원 단위 뭉칫돈 거래를 안정적으로 굴리기 위해 공모 수요예측에 참여한다.
사모 외화FRN은 국내 중견기업과 금융사들에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거래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는 거래 과정에서 주선 수수료나 신용보강 수수료를 얻는다. 신용도가 낮은 국내 중견기업은 원화시장에서 발행이 불가능하거나 6월 이후 금리가 대폭 오른 시점에 'AA'등급을 기준으로도 5%대 이자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략 1%p대 이율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거래가 연간 30~50건 정도 일어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당국 시각은 비판적이다. 당국은 사실상 국내기업과 국내금융사 간 자금거래가 역외에서 벌어지면서 원화채권시장이나 외환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75bp 인상)이 6월에 이뤄진 이후 스와프포인트는 이전 +0.1%에서 곧바로 -0.5~0.6%로 직하했다. 달러/원 환율은 같은 시기 큰 폭으로 올라 1300원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견기업이 외화 FRN을 발행하면 이후에 즉시 IRS(이자율 스와프) 시장에서 원화 고정금리로 헷지(Hedge) 거래에 나선다"며 "기업들은 이자를 아껴보자고 역외거래를 시도하는 것이지만 IRS 시장이나 외환시장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국내 거주자 앞 역외대출 취급 잠정 중단공문을 내렸다. 국내 및 국외 간의 금리 차이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거주자가 해외지점에서 역외대출 취급 후 국내로 반입해 원화로 환전해 사용하는 등 편법을 막은 것이다.('[단독]해외점포 외화로 부동산 임대사업자 '꼼수 대출' 막는다' 참조) 여기에 사모 외화FRN 금지 역시 원화시장 왜곡을 막으려는 대응책으로 읽힌다.
국내 선물금융사 관계자는 "미국이 6월에 이어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은행까지도 기준금리 50bp 인상을 암시한 상태"라며 "글로벌 긴축이 시장급랭을 이끌고 있어 정부도 '퍼펙트 스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정부는 금융위기 시점에 외환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을 통해 사모 외화표시채권(고정금리) 발행을 금지했고, 이어 단계적으로 CRS(통화스와프), IRS 시장개입에 나섰다"며 "사모 외화FRN 발행금지도 급격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사전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