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위험 공유 (risk sharing)

머니투데이 김성재 미국 가드너웹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22.07.0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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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위험 공유를 통해 자금의 잉여 부문과 부족 부문을 연결하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인다. 위험 공유의 좋은 예는 레버리지금융(leveraged finance)이다. 성장 가능성은 높은데 경영자의 역량과 투자자금의 부족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금융 기법이다.

이런 기업을 주로 인수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상장시키는 PE(사모투자회사)는 인수에 소요되는 자금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빌린다. 은행이 여신 공여에 합의하면 은행 내 레버리지금융팀은 피인수 회사의 위험도를 평가하여 여신 금리를 정한다.



이 은행은 또한 주간사가 되어 대출 신디케이트를 구성한다. 여신에 참여할 은행과 기관투자자를 모집해 공동 대출단이 된다. 이 공동 대출단은 여신위험을 일차로 공유한다. 이들 여신은 증권화를 통해 대출담보부채권(CLO)으로 변신해 채권시장에 팔린다.

이제 기업의 여신위험은 다수의 채권 투자자에게로 분산된다. 레버리지금융은 은행에게 큰 수익을 안겨준다. 주간사 및 인수 수수료로 거액을 챙기기 때문이다. 대출 참여 은행과 채권 투자자도 높은 수익률을 얻는다. 이 채권이 위험도 높은 정크본드이기 때문이다.



은행 돈으로 기업을 인수한 PE도 기업의 경영성과가 좋아지고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눈에 띄는 수익을 거둔다. 부실기업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해 부가가치가 창출되면 국부가 늘어나 경제도 성장한다. 위험 공유는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한편, 레버리지금융이 활성화하려면 위험을 공유할 채권시장이 활황을 보여야 한다. 작년이 그런 해였다. 연준이 금리를 0%대로 유지하고 양적완화를 통해 채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고위험 채권인 정크본드 시장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런데 금년 초부터 연준이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채권시장에 찬 바람이 불어왔다. 연준이 고강도로 금리를 올리면서 채권 수익률이 급등했다. 미국 정크본드 수익률도 작년 하반기 4%에서 최근 8.8%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수익률이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린다.


미국 정크본드 지수는 금년 들어 14% 하락했다. 투자적격 회사채 지수도 고점 대비 15% 이상 내렸다.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암울하다. 2022년 들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정크본드 가격은 19% 하락했고 중국 정크본드는 27% 내렸다.

아시아 정크본드 발행은 전년 대비 90% 줄었고 미국도 73% 감소했다. 정크본드 시장의 위축은 금리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지만 주가 하락도 작용했다. 주가가 금년 들어 20% 이상 내리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10% 이상 내리는 초유의 일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주가 하락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가가 경기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국채와 우량 회사채 시장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크본드 시장에는 희소식이 아니다.

경기침체로 영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비우량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이 소진돼 이들이 발행한 정크본드도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채권시장이 붕괴되면서 위험 공유가 어렵게 되자, 은행도 레버리지금융에서 철수하고 동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김성재 美 가드너웹대 교수김성재 美 가드너웹대 교수


이렇게 되면 자금이 부족한 PE는 위험 측정 능력이 떨어지는 개별 전주에게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어지고 인수 프로젝트도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져 투자자가 더욱 위축되고 기업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주가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덜 잃기 경쟁'이 벌어진다.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면서 돈이 국채와 우량 회사채로 쏠리고 위험 자산에 투자한 펀드가 파산한다. 버블 붕괴의 금융위기 전이 여부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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