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조유나양 방지 대책'에…교사들 "또 학교 탓으로 돌리나"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하수민 기자 2022.07.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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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에서 최근 실종된 조유나양(10) 일가족이 탔던 아우디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9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에서 최근 실종된 조유나양(10) 일가족이 탔던 아우디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사진=뉴스1


교육 당국이 조유나양의 일가족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장기 체험학습 학생 관리를 강화할 것을 권고하자 일선 교사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달라진 교육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의 교육, 생활환경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단 영상회의'를 열고 연속 5일 이상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에 대해 담임교사가 주1회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하는 인천교육청 사례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안내하고, 이와 같은 '교외체험학습 학생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권고는 '제주도 한달살기' 교외 체험학습을 떠나겠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된 초등학교 5학년 조유나양(10) 일가족 3명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된 데에 따른 것이다. 조양의 일가족은 집에서 나와 제주가 아닌 전남 완도로 향한 지 38일째 발견됐다. 조양이 체험 기간 뒤에도 잇따라 결석하자 신고가 접수돼 수색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32)는 1일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부는 모든 사건을 너무 쉽게 학교 탓으로 돌려버린다"며 "체험학습의 신청 주체인 학부모가 학교에 상세하게 보고를 하도록 해야 하는데 담임교사가 나서서 확인을 하도록 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했다.



다른 초등학교 교사 B씨(34)는 "학부모가 내켜 하지 않아 학생과 통화하는 것을 꺼려 하는 교사들이 많다"며 "최근 접촉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늘어서 성별이 다른 학생에겐 하교 후에 연락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인데 지속적으로 연락하라는 지침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의식 변화로 교사가 학생들의 삶에 개입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장기 체험학습의 경우에는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는 데다 부모가 아니라 다른 보호자와 떠나는 경우가 많아 통화 연결이 어렵고 피상적인 안부 묻기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경기 안양의 한 고등학교 교사 C씨(32)는 "학부모들은 교사가 이전처럼 학생들의 삶에 개입하는 걸 싫어한다"며 "뭔가 지도하려고 하면 학생들은 대들기 일쑤고 바로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간섭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이런 관계에서 무슨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가정환경 파악이나 비극 방지가 되겠나"라고 했다.


B씨는 "한 번은 아이가 2주 동안 등교를 안 해서 전화도 해보고 집에도 찾아가 봤다"며 "나중에야 연락이 됐는데 '해외여행 갔는데 왜 그것도 모르고 귀찮게 하냐'는 답이 돌아왔다. 학부모도 아이도 말하는 걸 잊었던 것이었다. 이 사례처럼 학부모가 기본적으로 교사와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체험학습 중에 전화를 건다고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다. C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안 좋은 생각을 하면 체험학습 외에도 방법이 많다"며 "가령 방학이나 주말에도 학생과 교사의 접촉이 없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체험학습 관리를 강화할 게 아니라 평소 교사가 학생에게 신경 쓸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9일 오후 1시20분쯤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일대에서 인양된 차량 내부서 조양 일가족 발견된 가운데 같은 시각 광주 남구의 조양 가족이 살던 집 현관문 앞에는 조양과 조양 아버지 것으로 추정되는 자전거 2대가 놓여있다. /사진=뉴스1지난 29일 오후 1시20분쯤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일대에서 인양된 차량 내부서 조양 일가족 발견된 가운데 같은 시각 광주 남구의 조양 가족이 살던 집 현관문 앞에는 조양과 조양 아버지 것으로 추정되는 자전거 2대가 놓여있다. /사진=뉴스1
교사가 아이의 교육과정에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고 장기 체험학습 제도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중학교 교사 D씨(28)는 "이번 사건처럼 담임교사가 학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경찰에 신고해 조사가 들어가면 교사의 행동을 인정하고 보호 해줘야 한다"면서 "민원24와 연동되는 교외체험학습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관리하는 것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B씨는 "학교 밖에서도 교사가 아이를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도 잘못된 지도를 하는 학부모가 정말 많지만 교사는 아무 힘이 없으니 손가락 빨면서 지켜만 본다. 이번 사건도 교사가 가정 상황을 알고 있었어도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결국 권한의 문제"라고 했다.

C씨도 "교사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되 의무를 키우는 식으로 본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학교 교사들은 우리가 학생의 마지막 보루라는 느낌으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지만 교무회의에선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급히 그물 메꾸듯 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신뢰관계를 쌓고 학부모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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