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공항 이용객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로 꽉 막혔던 일본 하늘길이 2년 만에 열렸다. 고물가·고환율 기조를 역행하는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 현상에 일본여행심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도쿄나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관광객은 찾기 어렵다.
29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일본행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17일 일본 정부가 팬데믹 사태로 닫았던 국경을 2년 만에 열고 한국을 포함한 외국인 여행객을 격리 없이 받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에 일본 도쿄행 여객기가 안내되고 있다. /사진=뉴스1
특히 2019년 한일 수출규제에 따른 노(NO)재팬 사태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3년 만에 여행이 가능해진 셈이라 보상여행 심리가 커졌다. 여기에 동남아·유럽보다 합리적인 항공요금, 엔저 현상까지 겹치며 코로나 이후 최적의 해외여행지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고공행진하던 일본 여행수요는 이달 중순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방역에 민감한 일본정부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별여행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단체여행만 가능한데 지난 11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세부 관광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면서 여행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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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TO에 따르면 현재 일본여행을 하려면 관광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는 여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미리 계획한 동선대로만 다녀야하고, 가이드나 여행사 인솔자 없이는 자유롭게 쇼핑도 할 수 있다. 개별여행이 막힌 상황에서 아쉬운대로 자유일정이 포함된 패키지상품을 예약한 여행객 상당수가 이탈한 이유다.
일본정부관광청 관광객 유의사항. /사진=JNTO
여행객 뿐 아니라 단체여행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여행업계 입장에서도 아쉽단 반응이 나온다. 핵심 아웃바운드 시장인 일본여행 수요가 되살아나야 침체된 실적 반등을 꾀할 수 있는데, 강한 여행규제로 물 오른 여행심리가 실제 모객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엔 단체여행에 자유일정 등 개별여행 요소를 포함한 상품이 잘 팔리는데 현재 일본은 완벽히 통제된 단체여행만 가능해 상품 구성이 쉽지 않다"며 "모든 일정에 인솔자가 동행해야 하는 등 여행사 부담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여행규제가 대선 직후 풀린 것처럼 다음달 예정된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로 일본여행이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연말까지 자유로운 일본여행은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국내 해외여행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노선이라 개별여행 규제가 풀리기만 하면 수요는 금세 오를 것"이라면서도 "지금 추세라면 선거 이후에도 단체여행 규제에 대해서만 일부 완화될 뿐 개별여행 허용까지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