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일가족 실종' 29일째…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세 가지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2022.06.2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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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도해경이 27일 오후 전남 완도군 물하태송곡선착장에서 최근 실종된 조모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완도해경이 27일 오후 전남 완도군 물하태송곡선착장에서 최근 실종된 조모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 초등학생 일가족이 전남 완도에서 통신 두절된 지 29일째다. 경찰이 수색에 나선 지 7일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의문점1. 애초에 제주는 목적지 아니었다?
27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일대에서 경찰이 최근 실종된 조모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27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일대에서 경찰이 최근 실종된 조모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28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완도에서 사라진 조유나양(10)과 부모 조모(36)·이모(34)씨 등의 차량 행적과 이들의 통신·금융 내역 등을 실종 신고 당일부터 7일째 살피고 있다.

조양의 가족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한달간 제주도에서 농촌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학교에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했으나 제주도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정황이 나온다.



조양의 어머니 이씨는 지난달 17일 조양의 학교에 제주도 한달살이 체험학습을 신청했는데 신청한 당일 완도군 신지면의 펜션을 예약(5월 24일부터 묵는 일정)하고 비용을 계좌로 이체했다.

이후 지난 16일 조양이 등교하지 않자 학교 측이 가족에게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학교는 22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아동 실종신고를 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양 가족은 교외체험학습 기간에 제주도를 방문하지 않았다.

현재 조양의 가족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은 전남 완도군이다. 경찰은 도로 CCTV(폐쇄회로TV) 등을 통해 조양 가족이 지난달 29일 오후 2시쯤 은색 아우디 A6 차량(03오8447)를 타고 전남 강진 마량에서 고금대교를 통해 완도군 고금도에 도착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양 가족은 29일부터 3일간 완도 신지면 명사십리해수욕장 근처 펜션에 머물렀다.


조양 가족의 행선지가 학교에 통보한 제주도가 아니라 완도였던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프로파일러로 활동중인 배상훈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적 선택을 준비하는 사람의 심리를 일반인의 논리로 이해하려 해선 안 된다"며 "불안하고 부실한 경우가 많아 왜 계획이 완전하지 못했냐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로 알려진 만큼 경비가 덜 드는 지역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제주도에 숙박시설 등 예약한 정황이 없으니 학교에는 다른 변명을 둘러대고 본인들이 아는 지역 중에 가장 경비가 덜 드는 지역을 선택한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의문점2.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무게?
(완도=뉴스1) 전원 기자 = 완도해경이 최근 완도에서 실종된 조모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송곡항 주변 항포구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7일 밝혔다.(완도해양경찰서 제공) 2022.6.27/뉴스1  (완도=뉴스1) 전원 기자 = 완도해경이 최근 완도에서 실종된 조모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송곡항 주변 항포구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7일 밝혔다.(완도해양경찰서 제공) 2022.6.27/뉴스1
경찰은 지난달 말 조씨가 운영하던 사업체를 폐업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양의 부모는 실종 직전에 무직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유나양 부모가 신용카드사 한 곳에서만 2700여 만원의 카드대금을 갚아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양이 거주하던 아파트 현관문 앞에는 법원 특별우편 송달을 안내하는 노란 딱지가 붙어있었다.

법원 특별우편 송달은 통상 법원집행관실에서 민·형사소송, 채무불이행 등과 관련한 내용을 서면으로 보내는 우편물이다. 밀린 카드대금 지급명령과 관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양의 가족은 전남 완도군 명사십리 해수욕장 인근 펜션에서 총 엿새를 보냈다. 해당 펜션은 1박에 40만원 정도로 엿새동안 총 240만원을 쓴 것이다. 수영장이 딸린 펜션이지만 조양의 가족은 따뜻한 물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3일 간의 행적, 사전 계획된 정황 등을 보면 현재의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라며 "일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보이는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의 형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상훈 교수도 "경제적 상황으로 인한 위기감은 상대적인 감정"이라며 "갑자기 사업이 망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극단적 선택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다"고 밝혔다.

의문점3. 차례로 꺼진 휴대폰…이유는?
(완도=뉴스1) 전원 기자 = 완도해경이 최근 완도에서 실종된 조모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송곡항 주변 항포구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7일 밝혔다.(완도해양경찰서 제공) 2022.6.27/뉴스1  (완도=뉴스1) 전원 기자 = 완도해경이 최근 완도에서 실종된 조모양 일가족을 찾기 위해 송곡항 주변 항포구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7일 밝혔다.(완도해양경찰서 제공) 2022.6.27/뉴스1
조양 일가족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57분쯤 펜션에서 나왔다. 이후 조양과 조양 부모의 휴대전화 전원은 시차를 두고 꺼졌다.

기지국에 잡힌 신호를 기준으로 조양은 31일 오전 0시40분, 어머니 이씨는 31일 오전 1시9분, 아버지 조씨는 오전 4시16분쯤이다. 이후 현재까지 이들의 행적은 묘연하다. 조양 가족의 아우디 차량은 지난달 30일까지 완도군 신지면 일대를 돌아다녔으나 완도 밖으로 빠져나온 정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휴대폰의 전원이 시간차를 두고 꺼지면서 사고일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양의 가족이 물에 빠지는 등 사고를 당했다면 휴대전화 전원이 한번에 꺼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배상훈 교수는 "조양의 휴대폰이 가장 먼저 꺼졌다는 것이 의아한 부분"이라며 "배터리가 다 닳아서 꺼진 경우라면 숙소에서 나온 이후 조양의 핸드폰이 꺼지기까지 1시간 40분 남짓인데 숙소에서 충전을 왜 안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 역시 "휴대폰이 차례로 꺼졌다는 건 보면 일련의 상황이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른 범죄 피해 사건으로 인식하기는 어렵지 않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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