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알려주는 한국반도체의 길

머니투데이 송정렬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2022.06.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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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열의 Echo]

#"축구에 왕도는 없다. 흥민이가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넣었을 때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고들 표현했다.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다."('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중)

EPL(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토트넘홋스퍼에서 뛰는 손흥민이 2021~22시즌에 23골을 넣으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공동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손흥민이 골든부츠를 차지하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계의 이목이 한 사람에게 쏠렸다. 바로 손흥민의 부친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다. (비록 손 감독은 여전히 이 표현에 손사래를 칠지 모르지만)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축구는 손 감독의 피와 땀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도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다.

손 감독은 자신을 '마발이 삼류선수'였다고 평한다. 프로선수였지만 선수 한 명을 제칠 발기술이나 개인기를 전혀 완성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 뼈아픈 경험을 통해 그는 답은 기본기에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하루에 수 시간 이어진 어린 손흥민의 볼리프팅 전설은 그렇게 시작됐다.



손흥민은 기본기를 채우기 위해 365일 중 하루도 쉬지 않고 7년이라는 시간을 꼬박 투자했다. 이 과정을 통해 손흥민이 공을 좀 다룬다고 말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고 손 감독은 강조한다. "아무리 빨리 예쁘게 틔운 싹이 보고 싶다 해도 뿌리가 튼튼한 게 먼저다. 보이는 위쪽보다 보이지 않는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손 감독의 말이다. 어디 축구에서뿐이랴.

#대통령이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며 반도체인재 양성특명을 내렸다. 교육부가 그동안 엄두를 내지 못한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은 1년에 3000여명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반도체산업에 종사할 미래 인재를 더 많이 길러내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는데 반대할 목소리는 없다.


그러나 당장 교원수급부터 재정확보까지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과 쏠림현상, 지방대 몰락 등 여러 가지 부작용도 우려된다.

사실 반도체산업에는 물리학부터 화학, 전자공학, 환경공학 등 다양한 학과 출신이 종사한다. 더구나 기술발전과 시장환경변화의 빠른 속도를 고려하면 과연 정부 주도의 반도체인재 양성올인 전략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대학은 물리, 화학 등 기초학문이나 재료, 화공, 전기·전자 등 기본적 공학을 제대로 가르쳐 제대로 된 반도체인이 될 수 있는 소양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줘야 한다. 반도체 과목 몇 학기 커리큘럼에 넣는 것은 별 의미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삼성전자 한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얄팍한 반도체 지식을 뽐내는 사람보다는 세상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입자이론물리' '이론화학', 심지어 '블랙홀'까지 동떨어진 전공을 했지만 기본기가 튼튼한 사람들이 연구실에서 더 오래(?) 살아남고 진짜 한방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한국 축구의 고질병이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데서 생겨났다. 끊임없는 변수에 대응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손 감독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전략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기본이며 기초일지 좀 더 깊게 들여다보고, 좀 더 치밀하게 전략을 짜야 한다.

손흥민이 알려주는 한국반도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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