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오전 9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종합조립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진 100여명이 2층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전날 국산 로켓 누리호(KSLV-II) 1단부 산화제탱크의 레벨센서 오류 분석을 위한 첫 회의였다. 압축된 오류 원인은 레벨센서 자체 결함, 주변 전선류 또는 신호처리 박스(장비)의 문제 등 세 가지였다. 먼저 전선류와 신호처리 박스를 점검한 결과, '이상없음'이 보고됐다. 레벨센서 결함이라면 로켓 1·2단의 분리도 각오해야 했다. 발사의 '장기 표류' 가능성이 엄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끝까지 '최상의 시나리오'를 찾는데 주력했다. 3차원 캐드(CAD) 작업을 통해 2m 길이 레벨센서 중 1.2m 길이 핵심 부품만 교체하면 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내년 발사 예정인 누리호 3호기의 동일한 부품을 당겨 쓰기로 했다. 또 부품 교체를 위해 로켓 1·2단을 분리하는 대신 레벨센서 위치에 직접 사람이 들어가 작업할 수 있을지 분석했고, 호리호리한 체구의 작업자라면 '가능하다'고 봤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 설계부터 제작과 조립까지 모두 우리 손으로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게 모든 작업이 진행됐다"며 "누리호 내부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무엇을 건드리면 안 되는지 다 알고 있어서 (결함있는) 부품을 제거하고 교체하는 작업도 곧바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에서 발사대 이송용 차량 작업 중인 누리호.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편 누리호는 오는 20일 조립동을 나와 발사대로 이송돼 다음날인 21일 발사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발사 예비일(16~23일) 내 발사를 위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그러나 항우연 핵심 관계자는 "누리호 전체의 전자 장비들을 다 검사했고, 더는 추가로 검증할 작업이 없는 상태"며 "정부도 '서두를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줬지만, 연구진은 21일 발사가 가장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레벨센서가 누리호의 비행 중 또 다시 고장날 우려는 없을까. 이에 대해서도 항우연 관계자는 "레벨센서는 이륙 직전까지 산화제와 연료 측정량만을 확인하는 용도로, 이륙하는 순간에는 전원이 끊어지고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 비행 중에는 문제가 생길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번주부터 남부 지역 장마가 시작되는 예보가 있지만, 항우연 내부에선 21일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한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기상 예보를 종합했을 때 주 초반에는 날씨가 나쁘지 않다"며 "다만 날씨를 면밀히 관찰해 안 좋아지면 발사 일정이나 시간 등을 조정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