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자농사란 디파이 플랫폼에 유동성을 제공한 사용자가 보상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모든 금융 활동인 디파이는 국가 안에서 통제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중앙화 금융이 아닌, 금융 활동 참여자들간 거버넌스 투표로 이뤄지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상화폐를 디파이 생태계에서 환전 등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금융시스템인 '디파이 프로토콜'에 예치하면, 그 대가로 인센티브를 지급받는다. 마치 농사를 짓고 수확하듯 이자를 받는다는 뜻으로 흔히 '이자농사'로 부른다.
특정 디파이 프로젝트에서 신종 가상화폐를 저가에 구매한 뒤 가치가 오르면 이를 비트코인 등 원하는 가상화폐로 바꿔 받거나, 프로토콜에 예치한 가상화폐를 빌려간 이에게 이자를 받는 등 이자농사 방식은 다양하다. 투자자들은 디파이 생태계 내 다양한 프로토콜을 선택해 자산을 넣을 수 있다. 다만 디파이 내에 존재하는 프로토콜 수가 워낙 방대하고 가상자산 시장 자체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정확한 이자농사 규모 파악은 어렵다.
디파이 프로젝트별 APY와 예치된 이자농사 금액 증감률 집계 목록. /사진='디파이라마' 홈페이지 캡처
그럼에도 이자농사는 여전히 활발한 분위기다. 디파이라마 집계를 보면 디파이 프로젝트에 예치된 이자농사 금액은 프로젝트별로 일주일 전보다 최소 0.34%에서 최대 300% 이상 증가했다. 디파이 프로젝트별 연이자(APY)도 각기 다르다. 1%도 안 되는 0.07%를 제공하는 곳도 있는가하면 수백 %의 APY를 약속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테라 블록체인 기반의 저축 프로토콜인 '앵커 프로토콜'은 사용자가 테라USD(UST)를 예치할 경우 약 20%의 APY를 지급했다. 앵커 프로토콜은 지난 8일 USTC(테라USD클래식) 입출금을 제외한 모든 앵커 프로토콜의 기능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과도한 수익률을 적용한 프로젝트들이 '다단계 미끼상품'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구조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실제로 내건 수익률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한 수익구조적 부분이 명확하지 않고 대출 수요 규모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이들이 약속한 이자가 어떻게 생성되는가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이자농사라고 얘기하는 다단계 미끼상품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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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에반젤리스트는 또 "객관적인 알고리즘에 의해서만 프로그래밍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운영주체가 중간에 개입해 '먹튀'를 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디파이 특성상 사기 피해를 당하고 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도 없어 위험성이 높은 투자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 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고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적 측면이 있다"며 "정밀한 리스트 관리 등이 필요함에도 아직까지 기존 금융시스템보다 미약한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스마트계약 등 내용을 정확히 공유하는 게 디파이의 정신인데 깨끗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