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택 공기업조차 "벌금 같다"는 보유세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06.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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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니 벌금처럼 느껴집니다. 이 돈을 차라리 저소득층 주거복지 사업에 직접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익명을 요구한 주택 공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837억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1065억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냈다. 4년 만에 각각 1.8배, 2.8배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종부세만 보면 약 4배 이상(LH 13억→58억원, SH 117억→462억원) 증가했다.

보유세 부과 기준인 공시지가가 급등한 탓이다. 이 기간 전국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은 약 70% 올랐다. 저소득층 주거 복지를 위해 수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운영 중인 두 기관 입장에선 억울할 만 하다. 팔 생각도 없고, 팔 수도 없는 주택인데 단지 시세가 올랐다는 이유로 과중한 세부담을 안겨서다.



지난해 종부세는 5조7000억원 걷혔다. 문재인 정부 첫 해 세수가 3878억원이었니 약 15배 늘어난 것이다. 종부세는 국세여서 정부가 걷지만 전액 지자체에 교부세로 나눠준다. 각 지자체는 이를 일반회계에 포함시켜 용도제한 없이 사용한다. 사용처에 '꼬리표'가 없는 셈이다. 연말에 멀쩡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예산낭비 사업에도 쓰일 수 있다는 얘기다.

SH공사가 지난해 납부한 보유세를 주거복지 사업에 쓰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강남권 공공택지에 전용 59㎡짜리 새 아파트 약 400가구(3.3㎡당 분양원가 1100만원 책정)를 지을 수 있고, 3만명의 저소득층에 연간 360만원의 임대료를 지원할 수 있다.



다주택자와 법인의 투기를 막기 위해 강화된 종부세는 주택 공기업 뿐만 아니라 투기와는 거리가 먼 법인 1주택, 일시적 2주택자 등에게도 가혹한 벌금처럼 여겨지고 있다. 기자에게 2년 전보다 50배 뛴 6300만원짜리 종부세 고지서를 보낸 70대 남성은 "15년간 아파트 한채를 임대했는데 단지 법인 보유라는 이유로 이렇게 세금을 물리는 게 상식적이냐"고 토로했다. 주택 2채를 공동명의로 보유했다는 이유로 지난해보다 세금이 수 천만원 뛰었다는 60대 부부도 있었다.

새 정부는 부동산 세금이 벌금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세율은 낮게, 세원은 넓게'라는 세법의 대원칙을 되살리고, 세금으로 시장을 통제하려는 정책 방향도 재검토해야 한다.
[기자수첩]주택 공기업조차 "벌금 같다"는 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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