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고르는 법' 버핏도 배웠다…멍거의 4단계 분석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2.05.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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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멍거의 투자철학④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먼저 찰리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을 통해 멍거의 투자철학을 살펴봅니다.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사진=블룸버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사진=블룸버그


찰리 멍거는 독서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가끔씩 공자를 인용한다.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강조할 때도, 멍거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이다"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자신이 잘 아는 분야와 잘 모르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알고 잘 아는 분야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능력 범위'에 집중하는 멍거의 주식투자 프로세스는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주식 고르는 법' 버핏도 배웠다…멍거의 4단계 분석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1단계: 잘 아는 분야에만 집중
"우리는 투자를 위한 세 개의 바구니를 가지고 있는데, 예스(Yes), 노(No)와 너무 어려워 이해할 수 없는 경우(too tough to understand)를 위한 바구니입니다."

멍거는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 머물기 위해 투자 범위를 간단하고 이해 가능한 투자 대상으로 한정한다. 그는 어떠한 시장 환경에서도 지속 가능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배적인 사업 프랜차이즈를 가진 기업을 찾으려고 한다. 이 기준을 통과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멍거는 대다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바이오와 IT는 너무 어려워 이해할 수 없는 경우를 위한 바구니로 직행시킨다. 금융회사가 적극 홍보하는 투자기회와 기업공개(IPO)도 노(No) 바구니로 간다.

2007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멍거와 버핏이 능력 범위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특히 버핏의 유머가 빛난다. (2019년 출판된 '워런버핏 라이브'에서 인용, 이하 동일)

▶멍거: 우리는 모든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추정하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투자를 '너무 어려움' 서류함에 넣어두고 쉬운 투자 몇 건부터 샅샅이 살펴봅니다.


버핏: 우리는 2미터 높이 장애물은 피하고 30센티미터 높이 장애물만 골라서 넘습니다.◀

2단계: 정성적·정량적 분석, 경영진 평가
1단계 평가 과정을 통과한 기업만 멍거의 멘탈 모델에 의해 다시 걸러진다. 이 과정은 적자생존의 '다윈이즘'(Darwinism)에 바탕한 평가 과정이다.

멍거는 중서부 스타일의 회의적 시각으로 기업 분석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살핀다. 또한 해당 자료들은 내재가치를 적절히 계산하기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다. 대신 멍거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현재 및 미래의 규제 환경, 노동환경, 공급자, 소비자 관계, 기술 변화로 인한 잠재적 영향, 경쟁력과 취약점, 가격결정력, 확장성, 환경이슈와 숨겨진 위험 등 끝이 없다.

현금흐름과 재고, 운전자본, 고정자산 및 과대평가되기 쉬운 영업권 등 무형자산도 멍거는 자신의 방식대로 다시 계산한다. 스톡옵션, 퇴직연금, 퇴직자 의료비 부담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평가대상은 기업 경영진이다. 멍거는 △능력이 있는지 △신뢰할 수 있는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바탕으로 경영진을 평가한다. 특히 △경영진이 현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경영진이 주주를 대신해서 현금을 현명하게 할당했는지 △경영진이 자신들을 과대보상하고 있거나 성장을 위한 성장을 추구하는 건 아닌지 살핀다.

3단계: 경쟁우위와 경쟁적 파괴
멍거의 투자 능력이 가장 드러나는 과정은 바로 3단계 평가과정이다. 멍거는 제품, 시장, 브랜드, 직원, 유통채널, 사회적 추세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의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가늠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성까지 평가한다.

멍거는 기업의 경쟁우위를 '해자'(Moat)로 정의하고 있다. 해자는 성곽의 주위를 둘러싼 도랑인데, 여기서 해자는 경쟁사의 침입을 막는 실질적인 장벽을 뜻한다. 멍거가 선호하는 투자대상은 이미 넓은 해자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해자를 확대함으로써 지속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다.

1995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멍거는 다음과 같이 해자를 설명한 적이 있다.

▶멍거: 이상적인 기업을 성에 비유하면, 넓고 튼튼한 해자로 둘러싸였으며 정직한 영주가 지키는 강력한 성입니다. 여기서 해자는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방어하는 것으로, 낮은 생산 원가, 강력한 브랜드, 규모의 이점, 기술우위 등을 가리킵니다. 우리는 코카콜라가 이상적인 기업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멍거와 버핏은 극도로 해자에 집착한다. 왜냐면 멍거와 버핏은 50년 넘게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극소수의 기업만이 여러 세대에 걸쳐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때로는 고통스럽게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멍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부분의 기업이 '경쟁적 파괴'(competitive destruction)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1911년 '버팔로 이브닝 뉴스'의 증권면에 실린 50개 주요 종목 중 제너럴 일렉트릭(GE)만 지금까지 규모가 크고 독립적인 기업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멍거는 꼽았다. 2022년 현재 제너럴 일렉트릭 시가총액도 약 830억 달러로 더 이상 위대한 기업의 면모는 찾아보기 힘든 기업이 됐다.

바로 '경쟁적 파괴'의 힘이다. 기업들이 장기간 동안 투자자들이 바라는 방식대로 생존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멍거는 만약 로즈 블럼킨(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 설립자), 레스 슈왑(레스 슈왑 타이어 설립자), 샘 월튼(월마트 설립자) 같은 광적인 소규모 경쟁업체들이 기존 기업의 시장을 넘본다면 시장을 지키기는 정말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때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최고의 해자를 만들고 그것을 끊임없이 확장해 나가는 일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멍거와 버핏은 '경쟁적 파괴'의 힘을 극복할 수 있는 기업을 찾기 위해 모든 시간을 바친다.

4단계: 내재가치
훌륭한 기업을 찾았다고 해서 멍거가 가격 불문하고 투자하는 건 아니다. 멍거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계산한 후 시장가격과 비교한다. 이처럼 '가치'(value·우리가 얻는 것)와 '가격'(price·우리가 지불하는 것)과의 비교가 기업을 평가하는 근본적인 목적이다. 멍거는 벤자민 그레이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성장주에 집중한다.

멍거는 이를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적당한 기업을 훌륭한 가격에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A great business at a fair price is superior to a fair business at a great price)고 표현했다. 여기서 핵심은 '훌륭한 기업'이다.

버핏도 멍거 때문에 이 같은 접근 방식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며 여러 번 멍거에게 공을 돌린 바 있다. 버핏은 "찰리는 이걸 빨리 이해했지만, 나는 느린 학습자였다"고 표현했다.

2004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한 말이다.

▶버핏: 건전한 투자의 기본 원칙은 지속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원칙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우량 기업 발굴에 관해서는 찰리와 필립 피셔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기업 경영에 대해 더 많이 배웠습니다. 사고 체계는 대부분 '현명한 투자자'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이후 실제로 사업을 하면서 깊이 생각해보면 사업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적절한 기질까지 갖추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멍거의 통찰력과 버핏의 학습능력으로 인해, 버핏은 벤자민 그레이엄의 담배꽁초 스타일 투자에서 워싱턴포스트, 가이코, 코카콜라, 질레트, 애플 같은 훌륭한 기업에 집중하는 투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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