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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으려 너도나도 "백신 만든다" 선언했지만…애꿎은 개미만 눈물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김도윤 기자 2022.04.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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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팬데믹 2년 백신주권 어디까지 왔나(下)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2년 지났다. 우리는 아직 국산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이 국산 1호 백신으로 기대를 받지만 진짜 토종 백신으로 볼 수 있을지 평가는 엇갈린다. 2호 백신, 온전한 토종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일부 기업에 대해선 정부 자금 '먹튀' 논란도 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GBP510)과 치료제(렉키로나)를 둘 다 확보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성과란 우호적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려면 자체적인 백신 플랫폼과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백신 기술 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의 백신주권 노력은 얼마나 진척됐는지 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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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코로나19(COVID-19) 백신 개발이 더딘 이유가 정부 지원이 부족해서만 아니다. 여러 기업이 우후죽순 코로나19 백신 개발 계획을 쏟아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계획 발표와 정부 지원 결정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널뛰기를 한 사례도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백신을 주가 관리에 활용한 게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2021년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에 지원한 정부 예산은 총 560억원(협약 중인 예산 제외)으로 해당 기업들의 총 백신 연구비(773억원)의 72.4%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 백신 임상 비용을 지원 받은 국내 기업은 8개다. 각 사별 평균 70억원 수준의 지원이 이뤄진 셈이다. 미국 모더나가 백신 개발부터 공급까지 정부로부터 100억달러(약 12조7150억원) 규모 지원을 받은 것과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 지원이 부족하단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적은 이유는 국산 백신 대부분이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백신 임상 비용의 일정 비율을 예산으로 지원한다. 초기 임상 단계에선 필요한 연구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정부 지원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집행된 백신 연구비 지원에 임상 3상 관련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한 SK바이오사이언스 (75,800원 ▲800 +1.07%)는 국제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아 개발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8,810원 ▲210 +2.44%)의 경우 임상 3상 비용 지원과 관련해 정부와 협의 중이다.

오히려 각 회사가 사용한 전체 연구 비용 중 정부 지원금 비중은 대체로 50~75% 수준이다. 업계가 국산 백신이 나오지 않는 책임을 정부의 미비한 지원으로 돌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대한 규모의 지원금이 투입되는 해외와 국내 지원 예산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국내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대부분의 임상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며 "전체 과정을 놓고 봤을때 대부분의 연구비는 3상 단계에 투입되는 만큼 총 연구비와 이에 따른 지원 예산도 3상 진입 이후 훌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뒤 백신 개발을 중도 포기하거나 선회한 기업도 있다. 제넥신 (15,220원 ▲490 +3.33%)은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하던 'GX-19N'의 2/3상 임상시험을 자진 철회했다. 제넥신은 지난해 국내 백신 개발 업체 중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 백신 개발 중단으로 주식시장에선 한동안 비판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제넥신은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중단했다.

셀리드 (13,520원 ▲530 +4.08%)는 기본접종으로 개발 중인 백신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부스터샷 백신을 함께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진원생명과학 (8,360원 ▼130 -1.53%)은 기본접종에서 부스터샷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국내 기업의 백신 개발 전략 수정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접종률이 높아지며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어려워진데다 비교임상을 위한 대조백신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을 비롯한 신약 개발은 통상적으로 최소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성공률이 희박한 만큼 개발 과정에서 전략을 수정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내 백신 개발 회사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백신 개발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급변하며 투자자 피해를 초래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각 회사는 저마다 기술력을 앞세워 자신감을 표현했지만 결과적으로 핵심 임상을 위한 기반조차 갖추지 못해 시장과 투자자에 실망을 줬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언 이후 주가가 몇배 뛴 기업도 있다. 물론 이후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접종률 상승에 따른 임상환자 모집 어려움 등 개발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한 연구를 끝까지 이어갈지 믿음도 약해지고 있다. 과거 메르스와 사스 유행 당시 난립했던 백신 개발 후보들이 현재 대부분 자취를 감춘 점도 신뢰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장 유력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이 허가를 받게되면 한국은 영국과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자국 기술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모두 개발한 국가가 되는 만큼, 현재 국산 백신 개발 속도가 결코 느리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개발사들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이유는 개발 선언이 쏟아지던 시기 일부 기업이 이를 주가부양에만 악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실히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다소 억울할 수 있지만, 업계 역시 부족한 정부 지원만을 탓하기엔 연구 성과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대책위원장(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지원은 지원대로 받고 무의미한 공시나 발표만 남발하면서 지원이 부족해 개발이 어렵다는 기업 입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가능성 있는 기업을 선별하기 위한 관련 전문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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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코로나19(COVID-19) 다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더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경고했다. 실제 우리는 그동안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를 경험했다. 코로나19는 앞선 팬데믹보다 더 강하고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주요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우리 정부는 백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동안 각 정부에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만의 백신 원천기술이나 플랫폼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한 감염병이 지나간 다음엔 당장 돈이 되지 않으면서 장기간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백신 원천기술이나 플랫폼 개발 열기가 식기 때문이기도 하다. 팬데믹이 아닌 환경에서 이익 창출이 어려운 백신 개발을 기업에 강제할 수도 없다. 또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나 기업의 백신 개발 경험과 노하우가 주요 글로벌 기업보다 떨어지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 전문가들 "정부 과제 위주 소규모 비용 지원 효과 크지 않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다시 한번 백신의 중요성이 대두된 지금 민관 협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원천기술 및 플랫폼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 조언한다.

특히 지금처럼 형식적인 정부 과제 위주의 일부 비용 지원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회의적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전문가가 전면에 나서 가능성을 갖춘 기업이나 기술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단 지적이다.

또 코로나19의 변이가 계속 일어나고 최근 세계 시장에서 백신 개발의 트렌드가 감염 예방에서 변이 대응, 면역반응 지속 기간 확장, 중증화 방지 등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지금 국내에서 임상 1~2상에 돌입한 백신 개발에만 몰두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기초 연구 지원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 각종 사업단 등 우후죽순 흩어진 백신 개발 관련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전문가가 지휘하는 통합적인 연구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김우주 대한백신학회장(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5년간 2조2000억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라며 "각 부처와 사업단, 기관이 재원을 여러 기업에 나눠먹기식으로 제각각 지원하는 지금 방식으로 백신 원천기술 확보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여러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고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국제기구 지원을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 말고 어떤 성과가 있냐"며 "여러 부처에서 연구개발을 중복적, 중구난방식으로 하는 비효율 체계에서 탈피하고 일관된 연구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장기적 안목으로 부처 칸막이 없애고 전문가가 주도해야

김 회장은 특히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인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의 백신 개발 지원을 주도하는 부처에 전문가가 부족하단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에 숟가락 얹을 생각만 하지 말고 10~20년 장기적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권이 바뀌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또 백신 개발 지원 이야기가 쏙 들어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각 부처에서 백신 개발 지원을 담당하는 자리도 대부분 행정고시 출신의 관료가 돌아가면서 맡는다"며 "정부 백신 담당자가 전문가도 아닌데 매번 바뀌니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가 지휘하는 백신 전담 조직을 만들고 다른 부처 간섭을 받지 않는 구조를 정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인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먼저 우리의 한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조언했다.

마 위원장은 "우리 정부 각 부처에 백신 전문가가 부족하고, 백신 및 신약 개발 제도와 행정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인력도 많지 않다"며 "우리 기업 중 백신 개발 역량을 갖춘 곳도 많지 않고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역량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선 코로나19 2가백신을 개발한다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우한 바이러스 기준의 백신 임상 1~2상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어떤 업적을 남기기 위해 가능성이 크지 않은 기술이나 기업에 무작정 지원한다고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지금까지 정부가 지원한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 비용이 어떤 결과로 나타난 게 하나도 없다"며 "무엇보다 연구 비용 지원에 앞서 기술력을 충분히 검증해 될성부른 떡잎을 선별 지원해야 하고, 개발 과정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백신 회사 대표 A씨는 우리 정부가 연구 비용을 지원한 백신 중 실제 상용화로 이어질 후보물질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걱정했다. 정부가 백신 개발 지원을 중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이 얼마나 가능성이나 경쟁력을 갖췄는지 장담할 수도 없는 딜레마 상태란 평가다.

A씨는 "코로나19는 너무 갑자기 왔고, 우리나라는 사실 세계에서 통할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보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며 "정부의 국산 백신 개발 목표에 따라 여러 기업이 도전했지만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만족스럽다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 백신 개발에 정부가 많은 자원을 투자하겠단 계획은 좋지만 실제 우리 기업 중 그만한 역량을 갖춘 회사가 있는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여러 기업과 기관, 학교, 연구소 등에서 많은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우리 정부가 투자한 비용이 최소 백신 원천기술 축적에 도움이 됐는지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단기적으로 당장 코로나19 국산 백신 개발이란 목표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백신 플랫폼이나 원천기술 확보에 힘을 쏟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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