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당선인도 SK서 찰칵…국산1호백신 연구비 지원은 '0원'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2.04.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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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팬데믹 2년 백신주권 어디까지 왔나①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2년 지났다. 우리는 아직 국산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이 국산 1호 백신으로 기대를 받지만 진짜 토종 백신으로 볼 수 있을지 평가는 엇갈린다. 2호 백신, 온전한 토종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일부 기업에 대해선 정부 자금 '먹튀' 논란도 있다. 반면 코로나19 백신(GBP510)과 치료제(렉키로나)를 둘 다 확보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성과란 긍정적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려면 자체적인 백신 플랫폼과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백신 기술 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의 백신주권 노력은 얼마나 진척됐는지 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대통령도 당선인도 SK서 찰칵…국산1호백신 연구비 지원은 '0원'


코로나19(COVID-19) 백신이 모자라 난리던 지난 8월 우리 정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국산 백신 개발을 목표로 총력 지원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2026년까지 2조2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고 백신 세계 시장 5위에 오르겠단 청사진을 내놨다.

정부가 2022년 상반기 국산 백신 개발을 단언한 배경엔 SK바이오사이언스 (57,800원 ▼500 -0.86%)가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목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백신주권을 강조하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을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부겸 국무총리,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 권한대행 등이 줄줄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았다. 이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아 백신 개발을 챙겼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각각 하얀색 방진복과 연구복을 입고 찍은 사진은 상징적이다.

한때 업계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보다 정부와 정치권 인사 방문 대응으로 일이 더 많은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 GBP510으로 백신주권 완성?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득이 됐을까. 다행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순항하고 있다. 임상 3상 과정에서 비교적 만족할 만한 효능을 확인했단 낭보가 전해졌다. 정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대로 올해 상반기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럼 우리 정부가 그토록 바란 백신주권은 완성됐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백신주권 측면에서 보면 반쪽짜리란 평가도 나온다.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의 연구 비용은 모두 국제기구에서 충당했다. 감염병대응혁신연합(CEPI)과 빌&멜린다게이츠재단(빌게이츠재단)이 GBP510 연구개발 비용을 실비로 지원하고 있다. 최대 2억1370만달러(약 2450억원) 규모다. GBP510 임상 비용 등 개발비는 모두 국제기구가 댔다.


또 GBP510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유전자재조합 기술 기반이지만 독자적인 원천기술로 개발한 후보물질은 아니다.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 항원디자인연구소(Institute for Protein Design, IPD)의 항원과 글로벌 기업 GSK의 면역증강제(AS03)를 합친 합성항원 방식 백신이다. 워싱턴 대학과 공동 개발이라 표현하는 이유다. 물론 창의적 접근으로 탄생한 코로나19 백신이지만 100% 국산 백신이라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CEPI 등과 계약 조건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을 협상 가격으로 저개발국가에 공급할 의무도 함께 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완제품에 대한 권리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갖더라도 일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백신 회사 대표는 "지금 국내에서 여러 기업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하고 제품화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은 CEPI를 비롯한 글로벌 협력의 결과물로 우리 정부가 자랑할 만한 국산 백신으로 보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GBP510에 대한 연구비용을 지원하지 않았을 뿐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다 설명한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비교적 빠르게 GBP510 임상 시험 계획을 승인하는 등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이뤄졌다. 또 국내 임상 참여자 모집, 효능 평가를 위한 검체 분석 실시 등으로 힘을 보탰다. 지난 3월엔 2000억원 규모 GBP510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GBP510 개발에 우리 정부의 노력이 수반된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GBP510은 CEPI가 임상 비용을 댄 백신으로 우리 정부의 연구비 지원은 없지만 글로벌 임상 지원 등으로 개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다"며 "다른 국내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임상 비용 등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지원 아쉬워"…전문가들 "원천기술에 집중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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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 등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 토로가 나온다.

실제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지원 사업을 통해 지난해 예산으로 책정한 1667억원 중 집행이 완료된 자금은 220억원이다.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확보한 예산 중 13.2%만 현장으로 간 셈이다. 2020~2021년 2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백신 개발을 위해 책정한 예산 2157억원 중 560억원만 실제 집행했다. 물론 우리 기업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연구가 속도를 내지 못한 영향도 있다.

GBP510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 중 연구 단계가 가장 앞선 유바이오로직스 (13,300원 ▼140 -1.04%)도 아직 임상 3상에 돌입하지 못했다. 나머지 기업은 모두 임상 3상 승인조차 받지 못했다. 정부 지원을 받은 뒤 연구를 중단한 기업도 있다.

국내 백신 개발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빠르게 백신 개발을 위해 수조원을 지원한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백신 개발 대응은 늦은 측면이 있다"며 "제도적 지원뿐 아니라 수천억원에 달하는 임상 시험 비용을 고려하면 재정적 지원이 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이 업계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국제기구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 정도 연구개발 성과를 확보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백신학회장인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10년 이상 백신에 꾸준히 투자하고 의지를 갖고 개발하면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다만 우리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지 않았고 자체 원천기술이라고 보기 애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글로벌 백신 5위 강국을 목표로 5년간 2조2000억원을 지원한다지만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여러 기업에 잘게 쪼개서 나눠먹기식으로 준다고 성과가 나올지 모르겠다"며 "그 정도 비용을 지원하려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전문가 주도 아래 엄격한 관리와 집중 투자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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