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 달성을 위한 예산은 5년간 총 2조2000억원이다. 분야별로 △국내 백신 개발 1조1000억원 △전문인력 등 생태계 조성 7000억원 △단기 생산역량 확충 3000억원 △글로벌 협력체계 1000억원이다. 이중 39%인 8672억원이 올해까지 예산이다. 작년 2023억원, 올해 6649억원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백신 개발에 4172억원, 생태계 조성에 1904억원 등을 쓸 예정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먼저 액수가 만족스럽지 않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백신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은 58.5%, 한국은 1.5%에 불과하다. 통상 백신 개발에 10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이 격차를 좁히려면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미국 정부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모더나에만 100억달러(약 12조7150억원)에 가까운 세금 지원을 했다.
나눠주기식 지원으로 한 기업당 받는 지원금은 더 적다. 정부는 2020년~2021년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 임상지원으로 총 2157억원의 예산을 설정했다. 이중 지금까지 26%인 560억원만 집행했다. 이마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 9곳 중 8개 기업이 나눠가졌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셀리드가 지원 받은 연구 비용은 152억원이다. 모더나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백신 개발 비용으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국내 백신 개발회사 임원은 "미국은 조 단위 지원이 이뤄진 데 비해 우리나라는 예산이 부족하지 않은 데도 지원 과정이 너무 빡빡하다"며 "증거를 확인한 뒤에야 돈을 찔끔 지원해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백신에 비해 기간을 단축시키는 식으로 도와주긴 했지만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산 백신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더 빠르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 지원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보면 의미없는 숫자가 아니지만 백신 개발로만 보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는 액수"라며 "K-글로벌 백신허브화 프로젝트에서도 지금처럼 기업마다 나눠주는 형태로 투자가 이뤄지면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부처 협력사업이란 구조도 업계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회의적으로 보는 요인 중 하나다. 'K-글로벌 백신허브화' 전략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1개 부처가 함께 수립했다.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가 맡고 관계부처 장·차관급 정부위원, 민간이 참여한다. 추진단이 총괄하긴 하지만 한 몸처럼 움직이긴 제약이 있다.
예컨대 2조2000억원 예산은 각 부처 예산 일부가 모여 만들어졌다. 복지부의 경우 2021년 추경을 통해 확보한 980억원, 2022년 예산 418억원이 K-글로벌 백신허브화 예산에 포함됐다.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이 탓에 사업 총괄인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도 타부처 예산 집행 현황 등 세부내역까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이승규 부회장은 "이제는 어느 부처가 주도하는 식이 아니라 바이오산업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별도 거버넌스를 만들고 해당 조직 아래에서 백신, 의료기기 등 세부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며 "지금 방식대로 11개 부처가 함께 하면 각 부처의 과제 예산을 증액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2~3년 과학적 데이터 모아 리뷰를 한 뒤 예산과 전략을 세웠어야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