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블라 점포 이미지 /사진=GS리테일
얼마 전 온라인에서 이 같은 제목의 재미있는 글을 봤다. 글쓴이는 "'김덕수 사물놀이'라고 하면 사물놀이에 인생을 다 바친 분 같은 느낌이 나지만, '김하율 사물놀이'라고 하면 왜인지 학예회 느낌이 난다"고 썼고, 다른 누리꾼들은 댓글에 "'김민지 곶감'은 직장 관둔 30대 초반이 창업한지 6개월 된 업체일 것 같다"거나 "'정지훈 명인'에겐 신뢰가 가지 않지만, '정두식 명인'에는 바로 신뢰가 느껴진다"고 했다.
단순 흥미 위주의 글이지만, 이를 통해 '브랜딩'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브랜딩'이란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에 느끼는 감정을 가리킨다. 소비자들은 각 브랜드의 가치, 이미지, 느낌, 아이덴티티를 감정적으로 느껴 수용한다. 즉 명장의 브랜드는 노하우가 축적된 어른이 만들어야 신뢰감, 충성도, 편안함 등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실제 상품의 세부 내용이나 스펙을 알기 전 브랜드의 이미지 만으로 상품에 대한 이미지와 선입견을 갖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은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인다.
유통업계에서도 수 많은 업체들이 리브랜딩에 나선 바 있다. 대표적인 게 편의점 CU다. 20년 넘게 일본 훼미리마트 브랜드를 빌려 사세를 확장하던 BGF리테일은 2012년 브랜드명을 CU로 전격 교체했다. CU는 간판 교체비용, 행정비용 등 총 500억원을 투자해 3개월도 안 돼 전국 훼미리마트 간판을 CU로 바꿔달았다. 일부 지분도 보유하고 있던 일본 훼미리마트는 2014년 BGF리테일 상장 당시 구주매출을 통해 빠져나갔고, 이를 통해 토종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CU는 훼미리마트 간판을 빠른 시일에 모두 CU로 바꾸면서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새 브랜드를 인식시켰다"며 "일본 브랜드를 버렸다는 데 많은 소비자들의 공감이 있어 새 브랜드가 더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브랜드버거 /사진=신세계푸드
반면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리브랜딩 실패 사례로 언급된다. GS리테일은 2005년 홍콩 AS왓슨과 합작으로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하면서 H&B(헬스앤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7년에 GS리테일이 홍콩 AS왓슨 지분 50%를 인수하며 단독 경영에 나섰다. 이후 GS리테일은 왓슨스 색깔을 빼기 위해 사내 공모전을 통해 '랄라블라'라는 새 사명을 도입했고, 간판을 교체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낯설다는 인상을 주며 외면 받았다. 매장 수도 꾸준히 줄고 있다. 매장 수는 2017년 186개, 2018년 178개, 2019년 140개, 2020년 124개, 2021년 70개 등이다.
롯데프레시앤델리 전경 /사진=롯데쇼핑
업계 관계자는 "오늘날처럼 격변하는 시대에 한 기업이 오랜 기간 생존하기 위해서는 리브랜딩을 꼭 검토하게 된다"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와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수반될 때 그 가치가 유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