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빼고 스티거만 주세요"…'웩더독' 마케팅이 먹히는 이유?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3.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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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유통가, 실제 상품보다 덤이나 경품에 더 큰 가치를 느껴 구매하도록 하는 마케팅 활발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 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아이돌 그룹 트레저의 사진이 담긴 이마트24의 이프레쏘 원두커피컵 /사진=이마트24아이돌 그룹 트레저의 사진이 담긴 이마트24의 이프레쏘 원두커피컵 /사진=이마트24


"빵 빼고 스티거만 주세요"…'웩더독' 마케팅이 먹히는 이유?
#최근 편의점 이마트24 각 점포에서는 즉석원두커피인 핫아메리카노 가격 1000원을 결제하고 컵만 가져가는 고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이돌 그룹 트레저의 사진이 담긴 이프레쏘 원두커피컵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적지 않은 고객들이 컵을 깨끗하게 소지하고 싶어 커피는 받지 않고 컵만 가져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이색적인 '웩더독(wag the dog)'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웩더독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고객들이 몸통에 해당하는 실제 상품보다 덤이나 경품(꼬리)에 더 큰 가치를 느껴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마케팅 용어다. 이는 2018년 책 트렌드코리아로 국내에 소개됐는데, MZ세대의 흥미 추구·합리적 소비 성향과 맞물리며 유통업계의 이슈 마케팅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돌 그룹 트레저의 사진이 담긴 이마트24의 이프레쏘 원두커피컵 /사진=이마트24아이돌 그룹 트레저의 사진이 담긴 이마트24의 이프레쏘 원두커피컵 /사진=이마트24
이마트24는 지난해도 웩더독 마케팅을 진행했다. 지난해 7월 이마트24는 주식(株式)도시락을 출시해 도시락 구매 시 랜덤으로 주식을 제공하는 마케팅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20~40대의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매진 행진을 이어간 것인데, 1차 판매(7월 14~16일) 기간에 5만개가 팔렸고, 2차 판매가 진행된 7월 28~29일 이마트24 전체 도시락 매출은 전주 대비 56% 늘었다.



이마트24는 올해도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다이슨 헤어시리즈 등을 경품으로 내건 마케팅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고객 호응을 위해 굿즈, 경품 등을 제공하는 웩더독 마케팅을 많이 진행한다"면서도 "트레저컵은 생각지도 못했던 웩더독 현상이 발생한 경우"라고 말했다.
SPC삼립 포켓몬빵 SPC삼립 포켓몬빵
최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빵도 웩더독 마케팅 사례에 해당한다. 고객들은 과거 추억을 되새기며 포켓몬빵에 동봉된 띠부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포켓몬빵을 구매한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이러한 고객들이 포켓몬빵 구매에 몰리면서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띠부띠부씰과 포켓몬빵을 판매한다는 게시물도 크게 늘어났다. '당근마켓'에서는 1500원짜리 5000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편의점 입고 시간에 맞춰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8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포켓몬빵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안내문은 "포켓몬빵 대량공급될 때까지 판매 안 합니다. 물류시간에 와도 없어요"라고 안내한다. 18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포켓몬빵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안내문은 "포켓몬빵 대량공급될 때까지 판매 안 합니다. 물류시간에 와도 없어요"라고 안내한다.
세븐일레븐의 PB(자체브랜드) 빵 브레다움의 인기 역시 마찬가지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다. 브레다움의 '쏘스윗 카스테라'와 '달달 크림빵', '브리오슈 단팥빵'에는 포켓몬 띠부띠부씰과 유사한 '띠부씰'이 담겨 있는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7~13일 일주일간 매출이 전주 대비 3배 가량 증가했다.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남자 주인공 백이진이 브레다움 띠부씰을 모아 여자 주인공 나희도에게 건네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는게 세븐일레븐 측 설명이다.
세븐일레븐 브레다움 3종 (띠부씰 포함상품) /사진=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브레다움 3종 (띠부씰 포함상품) /사진=코리아세븐
이 같은 마케팅에 적극적인 건 커피 업계다. 특히 커피계의 왕인 스타벅스의 다이어리는 중고시장에서 판매가보다 높은 금액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 다이어리를 구매하기 위해 억지로 커피를 마시거나 주문 후 버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당분간 웩더독 마케팅이 활발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이후 굿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더욱 커진 점도 업계를 자극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한정판 제품에 투영되면서 이례적인 굿즈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 오픈런 등이 흔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무언가 구매를 위해 기다리고 경쟁하는 데 익숙해져 당분간은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며 "한정판이거나 공급이 부족하면 더욱 구매 욕구가 자극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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