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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간 부모님, 'Dairy' 'Stationery'에 주춤…"나는 못 읽겠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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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외국어 사용시 세련·고급 이미지 구현된다고 여겨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 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이마트 천안점 토이킹덤 전경 /사진=온라인커뮤니티이마트 천안점 토이킹덤 전경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대형마트간 부모님, 'Dairy' 'Stationery'에 주춤…"나는 못 읽겠다"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유통산업은 소비자의 소비생활과 가장 밀접한 산업이다. 전국민 누구나 생필품 구매를 위해 유통업체를 방문한다. 그런데 최근 영어가 익숙지 않은 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가 영어를 남용하는 바람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얼마 전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트위터에 한 누리꾼이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그는 "요즘 왜 다 영어로만 적어놓나? 최근에 부모님과 여의도 IFC몰을 다녀왔는데, 아버지가 한 바퀴를 도시더니 '여기에 이렇게 상점이 많은데 내가 읽을 수 있는 간판이 없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사진을 게시하고 "이 사진에 담긴 풍경도 이 같은 문제점을 담고 있는데, 외국 이마트 아닌 한국 이마트의 풍경이다"라고도 했다. 사진에는 천안 이마트의 코너 구분 안내 표지판이 담겨 있었다. 문구류를 뜻하는 'stationery'와 공주를 뜻하는 'princess'가 표시되어 있었다. 각각 문구 코너, 공주 인형·완구 코너다. 그는 "영어 표기로만 쓰면 대체 뭐가 좋냐"며 "다들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사진=온라인커뮤니티
이후 롯데마트의 유제품 코너 안내 표지판도 화제가 됐다. 롯데마트 일부 점포가 유제품(dairy) 코너에 데일리(dairy)라고 표기해뒀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르는 이들은 롯데마트에서 유제품 코너를 한 눈에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 역시 논란이 됐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 역시 운영 중인 웹사이트 목차를 영어로 표기해 일각에서 비판이 이어진다. "영어가 편치 않은데 층별 안내도를 보러 더현대서울 웹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포기했다" 등의 불만이다.
더현대서울 웹사이트더현대서울 웹사이트
유통업계 전반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유통업계가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소비자들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영어를 사용할 경우 세련된 이미지를 느끼고 더 고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통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은 영어로 써 있으면 우리나라에서 쉽게 찾지 못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고급스러운 것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영어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뭐지?'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영어나 제2외국어를 사용해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건 마케팅, 브랜딩 기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모던화 기법'이라고 불리는데, 화장품 브랜드 'Aritaum'(아리따움), 한식 레스토랑 'Sabal'(사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모레퍼시픽의 멀티브랜드숍 '아리따움'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아모레퍼시픽의 멀티브랜드숍 '아리따움'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유통업계 설명도 이와 유사하다. 'stationery'와 'princess' 영문 안내판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토이킹덤 매장들에서 사용된 것인데, 토이킹덤은 '장난감 테마파크'가 콘셉트여서 이국적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영문 안내판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고객들의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어 최근 새로 오픈한 점포의 경우엔 한글 병기 안내판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존 운영 매장들도 지난 3월부터 순차적으로 한글 병기 안내판으로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신세계백화점 내 카페 베키아에누보 역시 전 메뉴가 영어로만 표기돼 소비자 불만이 일었지만, 현재는 한글과 영문 병기 메뉴판을 사용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외국어만 사용하는 경우 외국어를 모르는 이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며 "한글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외국어를 사용할 때는 한글을 병기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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