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이어 헬로네이처도 백기…뜨던 '새벽배송' 왜 줄줄이 접나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4.15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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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출사표 업체들 늘면서 경쟁 혈투 양상...수익성 악화에 속속 철수

헬로네이처 /사진=BGF헬로네이처 /사진=BGF


BGF의 헬로네이처가 새벽배송을 철수한다. 자원 투입에 비해 뚜렷한 결과물이 없어서다.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판단에 업체들이 속속 신규 진입하고 있지만 경쟁에서 밀려나기도 하는 셈이다. 새벽배송 시장이 치킨게임 양상이 되면서 수많은 업체들이 새벽배송 시장에서 명멸하고 있다.

15일 BGF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헬로네이처를 BGF네트웍스의 종속회사로 편입시키고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BGF네트웍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헬로네이처 지분 100% 인수 건을 최종 승인했다. 헬로네이처 지분은 BGF 50.1%, 11번가 49.9%를 보유하고 있다. BGF네트웍스는 BGF의 계열사 중 하나로 CUpost 택배 서비스,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모바일상품권 운영 등 디지털 마케팅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약 791억 원 수준이다.



이를 통해 헬로네이처가 주력하던 새벽배송 사업을 종료하고 기존 역량들을 활용해 프리미엄 신선식품 소싱 및 공급, 차별화 상품 개발, 온라인 채널 제휴 판매 등으로 사업 영역을 조정한다. BGF는 그동안 실적이 저조했던 헬로네이처의 사업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해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BGF 관계자는 "새벽배송 특성상 고비용 구조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최근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향후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e커머스 업체들 외에 대형 유통 업체들까지 뛰어들며 갈수록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드는 시점에 맞춰 사업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헬로네이처의 지난해 매출은 58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지만, 적자폭도 확대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71억원으로 적자폭이 112억원 늘었으며, 영업이익률도 -46.8%로 악화됐다. 결손금 규모도 765억원으로 57% 증가하며 부채비율은 99.4%에서 658.6%로 뛰었다. 누적 적자만 758억원에 달한다.

새벽배송 시장은 전쟁터다. 아직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없다시피 하다. 오프라인 매장과 통합 물류센터를 통해 재고관리에 나서는 오아시스 비상장 (14,500원 ▲500 +3.57%)마켓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다. 새벽배송은 인건비가 주간보다 2배 정도 더 드는 데다 냉장·냉동 배송시스템 등 물류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야 한다. 게다가 업체들은 100원 특가 딜, 사은품 제공, 무료배송 쿠폰, 할인 쿠폰 등 수익을 갉아먹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익성 문제로 새벽배송 시장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쇼핑의 통합 e커머스 롯데온은 오는 18일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롯데온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시장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앞서 롯데홈쇼핑도 2019년 새벽배송인 '새롯배송'을 론칭했지만 1년만인 2020년 서비스를 끝냈다. 동원F&B가 운영하는 '동원몰'도 2019년 2월 새벽배송 '밴드프레시' 서비스를 개시했지만, 2020년 6월부로 서비스를 마쳤다. 롯데슈퍼 역시 2018년 새벽배송을 도입했지만 지난해 1월 서비스 중단을 알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신시장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매력적이긴 하지만, 흑자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대기업들도 서비스를 차별화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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