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주민자치회 개선없는 지방선거

머니투데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22.04.13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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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교수채진원 교수


6·1 지방선거가 50일도 안 남았다. 새 정부 출범과 견제에 몰두해온 여야 정치권은 지방선거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지방분권으로 지방정부에 이양된 권한을 주민들이 제대로 행사하고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데 필요한 '주민자치회 권한 및 예산확대'를 외면한다. 그들은 지방선거를 주민자치를 위한 정책대결보다 중앙정치의 대선 연장선에서 '정권유지 대 정권심판'의 대결로 끌고 가서 정치불신을 키우고 있다.

정치권은 '주민자치의 실질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보다 2인 선거구냐, 3인 선거구냐 등 선거구 획정을 놓고 밥그릇 싸움에 열중해 '자기들끼리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들은 소선거구제냐, 중선거구제냐를 놓고 유불리를 따질 뿐 읍면동, 통리반 해당 주민들의 삶의 문제나 주민자치회가 겪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주민자치 없는 주민자치회'의 문제점을 개선할 공약제시와 정책대결에는 소홀한 것이다.



지방선거가 지역과 주민이 주인이 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인 만큼 정치권은 주민자치를 실질화할 수 있는 공약제시와 정책대결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현행 '주민자치회 시범조례'의 문제점을 바로 알고 개선하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현 시범조례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주민자치위원이 되려면 최소 6시간의 사전의무교육을 받도록 한 게 문제다. 이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한국자치학회(회장 전상직)는 지난해 12월30일 위헌소송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국회의원, 대통령의 출마자격에도 없는 6시간 사전의무교육 이수를 주민자치위원에게만 시군구 조례로 강제한다"면서 "이는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과 평등권(헌법 제11조)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주민자치회 구성원을 '주민' 대신 '위원'으로 대체해 주민참여를 배제한 게 문제다. 이 역시 주민의 '자치권'과 '결사의 자유권'을 침해한다. '지방분권법' 제27조는 주민자치회의 설치목적으로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면동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로 명시했지만 현 조례는 이를 무시했다. 조례들은 주민자치회가 '해당 구역의 주민'이 아니고 주민자치위원 공개모집에 신청하고 공개추첨으로 선정돼 구청장이 위촉한 소수(30명 이상 50명 이내) '위원'만 정해서 주민참여를 배제한다.



그렇다면 이 시범조례들의 치명적 결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원인은 2가지로 보인다. 첫째, 행정안전부가 만든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표준조례안'이 '지방분권법'의 목적을 위배한 데서 기인한다. 이 표준조례안이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는 '주민회원'을 명료하게 설정하지 않고 주민과 유리된 '위원'으로 대신하도록 방치해 주민자치회가 관변단체로 전락할 위험성을 키웠다. 둘째, 국회의 입법 부작위에서 기인한다. 정치권은 '지방분권법'을 계승하지 않고 모법에서 이탈한 행안부 표준조례안의 문제점을 방치했다. 후보와 언론 및 시민단체들은 시급히 주민자치회법 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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