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형 서울 서부경찰서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많은 경찰관은 경찰 개혁이 획기적으로 이뤄진 기간으로 1999~2001년을 꼽는다. 당시 이무영 경찰청장은 "직원들 눈에 핏발은 없애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찰 대개혁을 추진했다. 개혁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단 100일. 이 기간에 경찰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하나씩 없애기로 했다.
김 서장은 "개혁이라고 하면 대부분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기 마련인데 불필요한 것을 없애는 일도 중요하다"며 "경찰이 수사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회상했다.
경찰청 인사과로 보직을 옮긴 후로는 '경위 근속 제도' 도입에 앞장섰다. 당시 경위는 근속 승진 대상이 되지 않아 심사나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경위 승진을 앞둔 경찰관들은 한창 일할 시기에 책상 앞으로 향해야 했다. 이는 경찰관들의 사기 저하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김 서장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의 문을 직접 두드리며 경위 근속 승진의 필요성을 알렸다. 내부 경찰관들도 직접 설득했다. 그리고 2006년 마침내 경위 근속 제도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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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개혁 물꼬 튼 14년 '기획통'…치밀한 분석으로 은평 치안 책임진다
김상형 서울서부경찰서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기획 업무에는 치밀한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은평구는 단독 주택과 연립 주택이 많은 전통적인 주거지역으로 주거지역의 특성상 타 경찰서보다 가정폭력·아동학대 등 여성·청소년 관련 범죄 비중이 높다.
김 서장이 취임 이후 최근 5년간 112신고 데이터를 분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범죄 예방'을 위해서다. 요일별·월별·시간별·계절별 범죄 발생 장소를 정리해 취약 지역을 분석해 순찰을 하고 있다.
은평구는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도가 높은 편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비율도 높다. 김 서장은 교통사고 지점 분석부터 나섰다. 사고 발생 지역은 김 서장이 반드시 직접 가서 30분 이상 차량 흐름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점검한다.
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한 틀은 갖춰주되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 준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대리기사로 위장해 손님으로부터 금품을 뜯어낸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범인은 흉기를 들고 은평구 일대를 배회하고 있었다.
서부서에 즉시 상황 대응반이 마련됐다. 지역 경찰들과 함께 형사들도 검거 작전에 투입됐다. 35년 경력의 형사팀장이 무전기를 잡고 상황을 지휘했다. 주택가 인근이라 CCTV(폐쇄회로TV)로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많았다. 팀장은 CCTV에 보이지 않는 골목까지 다 꿰고 있는 베테랑이었다. 결국 범인은 6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김 서장은 "서부서는 타 경찰서에 비해 장기 근속자가 많아 관내 지형지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이 많다"며 "직원들이 일할 때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은평 관내라면 눈 감고도 떠올릴 수 있는 베테랑들이라 믿고 일을 맡긴다"고 밝혔다.
경찰관들이 '서'로 '부'러워 하는 서부 경찰…지난해 직무만족도 조사 1위 차지
서부서는 지난해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서 실시한 직무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사진=최지은 기자
그는 "내부 직원들의 만족이 양질의 치안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일할 맛 나는 경찰서를 만들고 싶다. 경찰관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근무 여건을 만드는 데 힘쓰려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서장은 매일 청사를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부임 후 2달 동안은 경찰서 전 직원들과 돌아가며 차담회를 진행했다. 지금은 4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이름과 얼굴도 모두 외웠다.
김 서장은 "나를 두고 친한 옆집 아저씨 같다고 하는 말이 참 기분 좋다"며 "주민들도 직원들도 언제나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서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