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ㅣ팬들에 건넨 회개와 사죄의 손길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2.04.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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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신곡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원차트 1위

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


지금 빅뱅은 K팝 No.1 '애증의 그룹'이다. 대중은 이들의 논란을 신나게 안주 삼으면서도, 음악 앞에선 입은 닫고 귀를 활짝 열어둔다. 4년 만에 내놓은 신곡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원차트 1위는 이에 대한 방증이다. 이들은 부정적인 이슈를 음악성으로 커버하는 유일한 아이돌 그룹이자, 결과물로서 대중의 희미해진 애정을 기어코 끄집어내는 아티스트다.

따뜻한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메탈록 장르의 '봄여름가을겨울'은 담백한 기타 리프와 감성적인 코드 진행으로 구성됐다. 힙합 알앤비를 뿌리로 뒀던 여러 전작들과는 다름이 엿보인다. 때문에 랩이 주요했던 기존곡들과 달리 보컬에 더 힘이 들어갔다. 메인보컬인 태양이 도입과 피날레를 장식하며 감성을 운반하는 데 주력한다.



멤버들이 한데 모이지 않고 따로 등장하는 뮤직비디오에서는 멤버마다 시공간의 차이를 드러내고, 각자 자리한 공간에서 계절의 속성을 보여주는 의상과 오브제로 개성과 하모니를 동시에 품어낸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화자는 그들 스스로이면서 "이듬해 질 녘 꽃 피는 봄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가사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포용한다. 그러면서 "변할래 전보다는 더욱더 좋은 사람"이라는 새로운 각오로 청자를 향한 존중을 드러낸다.

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


도입부를 치고 들어오는 태양의 단단한 목소리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속성을 완성한다. 강질의 바이브를 지닌 그루비한 음색으로 청자의 귀를 첫 마디부터 호기롭게 운반한다. 소울풀하지만 부드럽기보다 역동적이던 솔로곡 '달링'에서 보여준 힘의 쓰임을 5년이라는 세월의 숙성으로 더 크게 운집한다. 이어지는 대성의 보컬은 명료하게 뻗는 특유의 창법만큼이나 시원하게 힘을 더 얹어낸다. 지드래곤과 탑은 하이와 로우톤의 대비되는 하모니로 극적인 전율을 자아내고, 속도감 있는 유려한 플로우는 더한 감흥을 낳는다.

'봄여름가을겨울'은 빅뱅이 청자에게 전하는 명백한 회개와 사죄다.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에라 모르겠다' '삐딱하게' 등 일탈을 통한 거친 사운드가 주 장기인 그룹이나, 그룹에 대한 대중의 불편한 시선을 살피며 서정적인 노래를 내놨다. 노골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건 아니나, 현재 분위기를 살핀 최적의 사운드를 구성하며 최대한의 불편함을 밀어낸다. 아마 이들이 글로벌한 영향력을 고려한 화려한 복귀전만 노렸다면 '뱅뱅뱅'과 같은 호화로운 사운드를 내놓았을 것이다. 대신에 이들은 최소한의 밴드 사운드와 "아름답던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은 향수를 일깨우는 가사로 감동 포인트를 주요하게 만들어낸다.

빅뱅은 곡마다 자신들의 세계를 설계하고, 그곳의 주인공으로 활약해왔다. 남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인생 즐기며 사는 '판타스틱 베이비'였고, 행성으로 날아가 황홀경의 쾌락을 즐기는 '배배'였다. 심지어 '에라 모르겠다'에서는 여자에게 금세 싫증을 내는 나쁜 남자를 자청하기도 했다. 마치 이성을 놓은 것 같은 시도들 사이로 빅뱅은 착한 음악을 통한 인기 견인을 배척해왔다. 보다 대중의 은밀한 취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사랑 받았고, 때문에 아이돌이라기보다 아티스트로 더 자주 불렸다.


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사진출처=빅뱅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 스틸컷
그러나 '봄여름가을겨울'으론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며 대중을 의식한다. 스스로 아티스트이기 전에, 팬덤 영향 아래 있는 아이돌임을 인정하며 자세를 낮춘다. 지드래곤은 이러한 태도를 주도적으로 끌어가면서, 탑의 기행도 잠재우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태양은 언제나 그렇듯 바르고 성실한 모습으로 팀의 주축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대중의 호감을 운반한다. 대성은 확실히 발전적인 가창력을 보여주며 그간의 숨은 노력을 증명한다. 이와 동시에 뮤직비디오로 보여준 스타일링은 지드래곤의 세련된 룩만큼이나 여전히 힙(HIP)한 트렌디함을 유지한다.

대중은 구설에 오른 아티스트들이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불편해한다. 그러나 여러 논란을 겪고 4년 만에 돌아온 빅뱅에게는 음원차트 1위를 쥐어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봄여름가을겨울'로 확인된 빅뱅은 이미지가 아닌 음악성이 팀의 동력으로 자리한 그룹이라는 걸 재차 증명한다. 메탈록에 시(詩)적인 서정성을 얹어 음율의 미학과 눅진한 감수성을 엮어내는, 새로운 도전과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섞어내는 타협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음악성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타협 지점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봄여름가을겨울'은 빅뱅 부활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확신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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