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6조 감소할 동안 전세대출 1.6조 늘었다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2.04.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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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6조 감소할 동안 전세대출 1.6조 늘었다


주요 은행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하며 약 6조원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전세자금대출은 1조6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대출은 실수요로 분류돼 정부 대출규제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었고, 최근 전셋값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3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1조6380억원 늘어난 131조33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1월 전월 대비 1817억원 소폭 감소했지만, 2월에 1조4259억원이 증가하며 13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한 달 동안 3938억원 늘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감소세와 대비된다. 은행들은 일반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합쳐 주담대 잔액을 계산한다. 5대 은행의 전체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1조3128억원 증가했다. 전세대출 증가분을 감안하면 일반 주담대는 3000억원 가량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용대출은 올해 1분기 만에 6조1576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전세대출이 실수요로 분류돼 별다른 규제가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1월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전세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 주담대, 신용대출과 달리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집계에서도 전세대출은 제외돼 강력한 억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대출 자율규제가 있었지만, 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한도 제한만 봐도 계약 갱신시에 적용되는 등 실수요자에게는 제대로 대출을 해주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전세 수요가 늘고 전세 가격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주택 가격이 안정된다는 전망이 있어서 이사를 가야 하는 고객들이 매매보다 전세를 택한 것 같다"며 "전셋값이 오르니 대출 규모도 커졌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앞으로 전세대출이 계속해서 늘 것으로 본다. 특히 하반기에 전세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7월은 임대차법 도입 후 2년이 지난 시점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된 전세 매물이 시장에 대거 풀리는데, 여기에는 전월세 상한제(임대료 인상폭 5% 제한)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아 가격이 뛸 가능성이 높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정부 보증 비율이 높아서 은행 입장에서 늘려도 부담이 없다"며 "은행들이 전세대출 규제를 모두 없애고, 금리를 낮추면서 영업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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