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알박기 인사 논란에 멍드는 기업들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2.04.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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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인사를 놓고 잡음이 인다. 마지막까지 인사를 하고 싶은 현 정권과 자기 사람으로 물갈이를 하고 싶은 새로운 정권이 부딪히면서 늘상 벌어지는 일이다. 이 갈등은 심지어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는, 여당에서 여당으로 권력이 이양될 때에도 있었다.

다만 과거 알박기 논란은 대체로 공공기관에 한정돼 벌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선이 7개월 당겨지면서 주주총회 시즌과 대통령 선거 일정이 겹쳤고, 이 시기 대표가 교체된 대우조선해양과 HMM에 불똥이 튀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신임 대표이사 선임에 현 정부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HMM은 산은이 20.7%, 해양진흥공사 20%, 신용보증기금 5%를 보유, 정부기관이 45.7%를 가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산은이 55.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인수위에서는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박두선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동기인 점, 문재인 정부에서 승진이 빨랐던 점 등을 근거로 두 대표의 선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정권과 차기 정권 사이에 낀 두 회사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전임 사장 임기가 끝나서 새 사장을 뽑은 것인데 이를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임 사장을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추천할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나"라며 "후보자로 거론될 때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이제와서 인수위가 이를 문제삼는 것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선 새로 임명된 두 사장의 이력으로 볼 때 '알박기'로 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1960년생인 박두선 사장은 1982년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36년을 근무했다. 프로젝트운영담당, 선박생산운영담당, 특수선사업담당 등 생산·기술 직무에서 이력을 쌓았다.

김경배 HMM 사장은 1990년 현대정공에 입사, 1992년 현대건설을 거쳐 2000년 현대차 미주법인 CFO(최고재무책임자), 글로비스 아메리카 CFO, 현대모비스 기획실장, 인사총무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에 취임해 8년간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였다면 내부에서 반발이 컸을 것"이라며 "그런 논란은 없었고 오히려 탄탄한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라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인수위에서 감사를 한다고 해서 기대감은 사라지고 걱정만 남은 상황"이라며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탄핵과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선은 언제나 주주총회 시즌과 겹치게 된다. 만일 인수위가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한 채 두 사장 중 낙마하는 인사가 나온다면, 정부와 관계가 있는 회사는 사장 선임에 앞서 차기 정권을 누가 차지할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정권 교체기 주요 인사에 대해선 당선인측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에 정부 영향력 하에 있는 모든 인사를 다 '알박기'로 규정할 수는 없다. 정말로 낙하산인지, 알박기인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출범을 앞둔 새 정부가 불필요한 논란으로부터 스스로 부담을 덜어내는 길이다.

[우보세]알박기 인사 논란에 멍드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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